금융당국 과점체제 개편 TF 출범
은행, 10조대 사회공헌 방안 내놔
정부개입 '신관치 논란' 거세질 듯

윤석열 대통령이 '불황 무풍' 면허업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가면서 은행과 통신 산업의 대대적인 개편 회오리가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은행을 인가해 5대 은행 과점체제를 깨고 완전경영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너에 몰린 은행권은 허둥지둥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방안을 새롭게 내놨지만 오히려 '부풀리기' 발표라는 비판을 받는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도 서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새로운 요금제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5대 은행 과점체제 뜯어 고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다. TF에는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은행권, 학계, 법조계, 소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한다. 은행권이 과점 구도에 기대 이자 수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한다. 올해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 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6일 금감원 업무계획 발표에서 은행들이 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역할은 소홀히 한 채 과도한 수익성만 추구한다고 비판하면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유동성 악화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그런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기조로 가나= 은행권 과점체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빅뱅이 올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업 인가를 세분화하거나 인터넷 전문은행 확대 또는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등으로 5대 은행 과점체제를 깬다는 복안이다. 은행업의 경우 단일 인가 형태지만 인가 단위를 낮춰 특정 분야에 경쟁력 있는 은행들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 전문은행, 도소매 전문은행,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가 완화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수도 있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시키고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당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산분리 규제도 예외는 아니라고 했다. 일단은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규제를 풀고 있지만, 은행권 과점체제를 깨기 위해 반대의 경우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다만 금융당국의 은행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고 사실상 이익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신관치' 상황에서 새로운 은행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은행을 몇 개 더 만들자 이렇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다양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검토되는 수준"이라면서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부풀리기 발표로 역풍 맞은 은행권= 대통령에게까지 '돈 잔치' 비난을 받은 은행권은 부랴부랴 10조원 이상을 취약계층 등에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은행권은 이익의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경제의 어려움을 분담하고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고자 3년간 10조원 이상의 '은행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우선 은행권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 5000억원을 재원으로 취약차주 긴급생계비 지원(2800억원),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지원(1700억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서민금융 공급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앞으로 은행들은 3년간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의 지원 규모를 올해 기존 목표(6조4000억원)보다 9.3% 많은 7조원으로 증액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해 9월 출시한 소상공인 저금리 대환대출의 공급실적을 높이기 위해 향후 3년간 은행권 추가 보증 재원 약 800억원을 출연해 전체 보증 규모를 약 1조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은행별로 저금리대환 및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에게 약 7000억원도 신규로 공급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권의 10조원 공급 계획이 상당 부분은 보증 재원을 늘려 그 수십배에 이르는 대출을 더 해주겠다는 이른바 '보증 배수' 효과로 채워진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보증지원 재원 1600억원을 활용한 공급 효과는 12배수를 적용해 약 2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원장이 전날 "생색내기식 노력이 아닌 보다 실질적이고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지만 결국은 '보여주기식' 계획만 내놨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 무더기 설립 허용 부작용 우려… 신관치 논란 더 거세져= 은행 설립을 우후죽순격으로 허용했을때 부작용도 우려된다. 과거 동남은행 대동은행 평화은행 등이 설립돼 운영돼다가 1997년 외환위기로 무더기 파산,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 경험이 있다. 무더기로 설립을 허용한 종합금융회사들이 줄줄이 부실화되면서 외환위기를 초래하기도 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어느 나라에서도 정부가 은행의 금리와 최고경영인, 이사회는 물론 사회공헌활동까지 규제하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이자수익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상황인건 맞지만 대통령까지 나설 일인지 의문도 제기한다. 정부가 은행들의 경영 시스템도 손보겠다고 나서면서 '신관치'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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