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투자제한'조항 영향 받아 이달중 세부안 확정 예의주시 업계 "유예기간 반드시 필요" 국내 공제 확대 등 지원법은 민주당 반대로 처리 지지부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은 기업에 10년 간 중국 진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논의 중인 가운데, 미국과 중국 양쪽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세제혜택 확대 등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파격적인 대책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제정한 '반도체 과학법'에 대한 세부 지원 방안과 보조금 신청 절차 등의 내용에 대해 이르면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들이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정책을 수립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강력한 지원 법안을 내놓았다. 미국이 지난해 8월 제정한 반도체 과학법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지원에 390억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R&D) 및 인력 개발에 132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외에 기업 설비투자 비용의 25%가량의 세액공제도 제공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2공장을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SK하이닉스 역시 해당 법안에 따른 세제 혜택 등 지원을 받을 것이 유력하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해당 법안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방책으로 활용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법안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게 되는 기업은 10년간 중국을 포함해 미국이 지정한 '우려국'에 반도체 투자를 금지하는 '가드레일 조항'의 영향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중국 반도체 공장의 공정 업그레이드를 10년 동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시안 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투자가 이뤄진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다방면의 검토를 거쳐 최적의 고객 대응 원칙으로 미래 준비에 노력하고 있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미국이 반도체 과학법에 대해 세부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 가드레일 조항에 따른 구체적인 계약 기준 등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 현지 설비에 대한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한시적 유예받은 것처럼 법 시행에 앞서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도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세금공제 확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다. 이와 관련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를 추가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논의에 들어갔다.
국회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를 6%에서 8%로 올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작년 말 통과시켰는데,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초 해당 세액공제를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추가로 제출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악화와 미국·대만·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지원책과 비교했을 때 수정된 개정안이 최대한 빨리 통과돼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논의는 여야 간 견해차로 인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국회에서 과반 이상의 의석 수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된 지 한 달 만에 정부가 수정안을 가져온 것에 대해 "국회의 조세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만 특혜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