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했지만 국내 금융시장은 반색하는 모습이다. 연준이 예상대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데다 처음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를 인정하고 '비둘기파'적인 발언들을 내놓음으로써 시장의 불안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향후 금리 인상 사이클의 중단까지도 가늠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한 뉴욕 증시에 이어 2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도 모두 1% 안팎 오르며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약 10개월 만에 장중 1210원대로 내려앉기도 했다. 연준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4.50%~4.75%로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이후 두어 번의 금리 인상이 더 필요하다고 발언했지만,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을 언급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그는 "노동시장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의 억제(disinflation)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파월의 비둘기파적인 신호에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장중 연 3.38%까지 내렸고, 2년물 수익률은 4.10%대로 낮아졌다.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9.08포인트(0.78%) 상승한 2468.88에 거래를 마쳤다.전날보다 1.31% 오른 2481.94로 출발한 지수는 장 초반 2486까지 올랐다. 한때는 2454.60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해 'V자' 상승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홀로 55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개인과 기관은 각각 3568억원, 27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특히 반도체 업종과 대형 기술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각각 2.75%, 2.19% 올랐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2.92%, 3.70% 반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보다 13.66포인트(1.82%) 상승한 764.62에 거래를 마쳤다. 파월의 비둘기파적 발언은 아시아 증시 전반에 호재가 됐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는 0.20%, 대만 자취안 지수는 1.14% 각각 상승 마감했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0.02%), 선전 성분지수(-0.05%)는 보합세를 보였다.
환율도 전장 대비 10원 넘게 하락해 지난 4월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1.00원 내린 1220.30원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금리도 하락했다. 이날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장중 3.164%까지 내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달러 약세에 상승했다.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한국시각 4시59분 현재 전일보다 배럴당 0.20달러(0.26%) 상승한 76.6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도 3% 가까이 급등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현재 3.01% 오른 2913만394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값은 온스당 1,956.77달러로 작년 4월 이후 9개월만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긴축 정책보다 경기 흐름이 더 중요하다며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연착륙을 기대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금리 인하 시점을 시장 기대처럼 앞당겨선 안 된다"며 "자산시장의 가격 회복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연초 이후 상승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낙관을 하기에는 성급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지수는 2500 수준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2600∼2700까지를 논하기엔 한쪽으로의 쏠림이 크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앞으로 시장의 관점이 통화정책보다 경기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시장이 위험선호적으로 더 움직이긴 어렵고 이번 연준 결과에 따른 증시 반응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증권 서철수 센터장은 "주가가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국면에 있는 건 맞지만 더 강하게 오르려면 기초여건(펀더멘털),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며 "주가 상승의 강도나 속도는 펀더멘털 뒷받침이 더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키움증권 김 센터장도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사이클에서 아직 증시와 기초여건 간 괴리가 있다"며 "증시는 당분간 위험 관리를 병행하면서 저점이 높아지는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