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새해 들어 '만신창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위기로 치닫고 있다. 1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원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6.9%나 급감한 성적표를 내놨다. 삼성과 SK의 반도체 실적 악화는 곧바로 무역수지에 영향을 줬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1월 수출과 수입이 전년 대비 각각 16.6%,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수출이 하락한 것이 결정타였다.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44.5%나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 이후 14년 1개월 만의 최대 감소폭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 과거 최대치였던 작년 8월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11개월째 적자가 이어졌다. 무역적자가 11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까지 연속 적자를 낸 이후 25년여 만이다. 한 달 사이에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무려 25%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도 충격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역수지가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이날 재정경제금융관 간담회에서 "1월을 지나면서 계절적 요인이 축소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무역수지는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급한 불 끄기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과 다짐에 불과하다. 부총리 말대로 수출이 늘어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믿기에는 근거가 미덥지 못한게 사실이다. 중국 내 산업구조 변화로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렸던 기회는 이제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관론을 내놓는다. 한국 경제가 겪고있는 현실은 엄혹하다.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고 하는데 일전 불사의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면 극복하지 못할 위기는 없다. 한데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도 한심하기 그지 없다. 여야가 경제살리기에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에 정쟁만 거듭하고 있다. 비상시국이다. 결기를 가지고 그야말로 총력전에 돌입해야 할 때다.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의 파격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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