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미국의 핵융합 실험 결과 발표로 전 세계 뉴스가 떠들썩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레이저 핵융합 실험시설인 NIF(National Ignition Facility)를 이용해 순에너지(net energy gain)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순에너지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산출된 에너지가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이번 실험에서 2.05MJ(메가줄)의 레이저 에너지를 투입하여 약 1.5배인 3.15MJ의 핵융합에너지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은 꿈의 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에너지의 실현을 기대하며 반겼다. 한편 그동안 '인공태양 KSTAR의 1억도 플라즈마 달성' 등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핵융합에너지 연구성과와는 무엇이 다른지, 혹은 미국의 레이저 핵융합에너지 성과로 기존 우리나라에서 수행한 핵융합에너지 연구는 이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많았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만드는 데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연료 원소를 이온화하여 자기장으로 가두고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자기밀폐방식과 연료 원소가 고밀도로 담겨 있는 초소형 구슬에 강력한 레이저나 이온빔을 쏘아 핵융합이 일어나도록 하는 관성밀폐방식이다.
전자가 우리나라의 KSTAR처럼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토카막 장치를 활용한 방식이고, 후자가 미국에서 이번에 성과를 발표한 레이저 핵융합 방식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에너지원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핵융합 반응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는 '증폭'과 그 에너지를 '지속'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번 미국의 레이저 핵융합의 성과가 핵융합 연구 역사의 새로운 획을 그은 성과인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한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의미하기보다는 제어 가능한 핵융합 반응으로 에너지 '증폭'의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해 필요한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를 잡은 격이다.
반면에, 기존 KSTAR에서 달성한 1억도 30초의 성과는 에너지의 '지속'이라는 토끼를 잡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KSTAR의 2026년 목표인 1억도 300초 달성은 이러한 '지속'이라는 토끼를 완전히 잡는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KSTAR는 현재 초고온 플라즈마 환경을 보다 오랫동안 견딜 수 있도록 플라즈마 내벽 일부를 텅스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올 8월부터 새로운 환경에서 '지속'이라는 토끼를 사냥하기 위한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면 핵융합을 이용한 에너지원의 완성을 위하여 '증폭'과 '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7개 핵융합 선도국들은 프랑스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공동으로 건설하고 있다.
ITER 장치의 목표는 에너지 증폭률 10배 이상, 지속 시간 400초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에너지 증폭과 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실제 핵융합에너지를 명실상부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검증하는 것이 ITER의 목표인 것이다. ITER는 장치 완공 후 단계적 실험을 통해 2035년에서 2038년 사이 에너지 증폭과 지속에 대한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분명한 건, 이번에 미국의 대대적인 연구성과 홍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인류의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대한 열망과 기대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인류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2023년 토끼해를 맞아 올해도 핵융합에너지를 얻기 위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