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와 은행에서 저신용자 대상 금융 지원을 확대하면서 신용등급을 인위적으로 내리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부 정책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라인 금융 정보 커뮤니티 등에는 신용 점수 내리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적금대출, 카드 리볼빙, 현금서비스, 대부업 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2023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계획' 일환으로 '소상공인전통시장자금'을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은 3000만원 한도내에서 연 2.0% 고정금리(5년 만기)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자금 대출은 지난 16일부터 자금 소진 시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영업자 등이 제외된 까닭에 단기에 신용점수를 내릴 수 있는 방법 등이 공유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최근 저신용자 대상 금융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6일부터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한해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다음 달 10일부터 신용평가사 5등급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한다. 우리은행도 지난 2일부터 신용등급 5구간 이하 저신용자에 대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가능 시기를 기존 대출 만기 1개월 전에서 3개월 전으로 늘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신용등급 하위 30% 차주에 대해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저신용자들이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밀려나 금융지원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한번 내린 신용점수는 다시 올리는 게 까다로울 뿐더러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사실상 이자·원금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정책 혜택을 가져가는 셈"이라며 "금융기관이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장치를 만드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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