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잇따른 사고에 130억대 피해" 신설 안전감독부에 非코레일 출신 국토부, 관제 등 철도공단 이관 검토 법 개정 필요… 결별, 시일 걸릴듯
이달 초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은 지난해 말에 발생한 '평택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사고'와 관련,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계약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며 코레일과의 분리 의지를 명확히 했다. 이어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안전감독부'를 신설하고 기관장부터 상임이사까지 비(非) 코레일 출신인사로 구성하는 등 '헤어질 결심'을 한단계 더 이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7일에는 정부가 코레일에 철도 유지보수와 관제 기능이 집중된 현행 체계 개선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방안을 발표해 코레일이 맡아왔던 관제 업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이를 위해선 법령 개정이 필요, 이들의 '전면적인 결별'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철도의 관제와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독점 수행하고 있다. 철도 시설을 건설하고 소유하는 국가철도공단이 해당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열차 운영사가 관제와 시설보수까지 맡는 지금 체계에선 안전 관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판단, 관제와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다시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철도 안전사고가 적지 않았다. 1월 초 KTX 궤도이탈부터 무궁화호와 SRT 등 세 차례의 궤도이탈과 4명의 코레일 작업자 사망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고, 12월에는 서울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두시간이나 멈춰버린 사고도 일어났다.
이어 연말에는 충남 천안아산역∼경기 평택 지제역 구간의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로 69개(20분 이상)의 SR 열차가 지연(최장 130분)되고, 34대의 열차의 운행은 중지되거나 취소됐다. SR은 이달 5일 이 사고로 △영업 손실액 5억7000만원 △할인쿠폰 등 고객보상비 7억7000만원 △차량복구비 91억원 △비상차량 임차료 25억원 등 약 130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했다. 현재 국토부에서 해당 사고에 대해 공식 조사 중이지만, 내부 조사를 마친 SR 측은 사고 원인이 하자보수 과정의 부실한 자재(부직포) 사용과 허술한 관리라며, 현재와 같은 유지보수체제로는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이종국 SR 대표는 "전차선 단전사고 원인은 부실한 자재 사용과 공사 과정에 대한 허술한 관리다. 건설과 관리가 분리된 지금의 유지보수 체제로는 철도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며 "SR이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를 확대하고 코레일과의 위수탁 계약을 재정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결별 선언에 이어 SR은 최근 112량 규모의 신형열차 입찰을 공고했다. 차량 구매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이 각각 5255억원, 47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내부 조직 정비도 진행했다. 지난 17일 조직개편을 통해 코레일 출신 인사가 독식해왔던 기술본부 상임이사 직급을 없애고 전략기획본부 상임이사 직급을 신설한 것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통복터널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것과 맥이 닿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현재 사고 원인 조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SR 측이 사고의 원인을 코레일의 허술한 공사 현장 관리였다고 밝힌 점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공방이 오가고 있지만 두 기관의 결별은 가시화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코레일·SR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최종 의견을 냈고, 이어 최근에는 '철도안전 강화대책'을 통해 코레일 조직 개편에 손을 뻗었다. 대책에는 코레일에 '안전부사장'을 신설, 독립적인 안전조직으로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코레일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조직은 열차 운행을 통제하고 지시하는 관제 기능과 철도 시설 유지보수 기능 등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추후 이 업무를 다시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토부는 철도안전체계 개선방안의 연구용역도 진행, 오는 6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토부 측은 "철도사고 및 운행장애 발생 시 관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코레일 본사, 주요역 등에 흩어진 관제기능을 통합해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관제의 전문성도 향상시켜 비상대응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행법 개선도 진행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지냈던 조응천 의원은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