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했던 반도체 수출이 작년보다 15% 이상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률이 1%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16.2% 줄어들 것이라고 관측한 바 있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의 SGI 브리프 보고서('반도체 산업의 국내 경제 기여와 미래 발전전략')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경제성장률은 0.64%포인트, 20% 감소시에는 1.27%포인트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하고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수출 둔화가 예상보다 커질 경우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 초반까지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작년 3분기부터 시작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기 침체는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9.9%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해 상반기 -16.8%에서 저점을 기록하고 하반기에도 -2.2%로 침체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과거 IT 버블 붕괴(2001년), 1·2차 치킨게임(2008·2011년) 등의 시기에 국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40% 이상 급락했다"며 "그동안 반도체 산업은 국내 경제의 연평균 경제성장률(2010∼2022년) 3.0% 중 0.6%포인트를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올해는 오히려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은 6839억달러 규모로, 이중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달러다. 전체 산업에서 반도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10.9%에서 작년 18.9%로 증가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계측한 바를 보면 과거 반도체 산업의 경기 사이클 주기는 평균적으로 경기 상승은 약 3년(38.7개월), 하강은 약 1년(12.1개월)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재작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했던 PC와 스마트폰 등 소비자용 IT 기기 시장이 둔화세로 돌아섰고, 여기에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위축과 주요 서버용 칩 제조업체들의 신제품 출시 연기 등으로 기업용 서버 시장도 위축됐다. 이로 인해 반도체 재고가 쌓였고 여기에 미국의 중국 견제와 자국 산업 보호 조치 등으로 공급망도 불안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특히 국내 반도체 산업의 침체에 따른 민간투자 축소를 우려했다. 국내 전산업 대비 반도체의 설비투자 비중은 2010년 14.1%에서 2022년 24.7%까지 급증한 상황이다. 최근 SK하이닉스 등 일부 반도체 업체들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2022년 54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줄어든 데 이어 올해도 51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투자 감소는 성장의 손실뿐만 아니라 치열해진 국가 간 기술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투자 의지를 다시 살리려면 정책의 적시성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업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의 다변화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부진한 것과 달리 시스템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지속해서 두 자릿수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과거 메모리반도체 일변도에서 벗어나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