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F 미쓰비시컵 아쉬운 준우승
"우승 선물 드리고 싶었는데 죄송"
아직 다음 행선지는 결정 못해

태국과의 2차전에 앞서 베트남 국가 연주 때 박 감독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태국과의 2차전에 앞서 베트남 국가 연주 때 박 감독의 모습[로이터=연합뉴스]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쉽고 마음이 아픕니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베트남 축구 대표팀과의 5년 동행을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미쓰비시컵)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박항서 감독은 16일(현지시간) 이별의 아쉬움을 이렇게 드러냈다.

박 감독은 이날 태국 빠툼타니주 클롱루앙군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베트남 국민과 축구 팬께 꼭 우승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태국과 알렉산드레 푈킹 감독에게는 우승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거취에 관해선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이날 태국에 0-1로 져 13일 하노이에서 열린 홈 1차전(2-2 무)과 합계 2-3으로 밀려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2017년 10월 베트남 지휘봉을 잡고 5년여 동안 이끌어 온 박 감독은 이달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베트남 감독으로서 마지막 무대인 이번 대회에서 2018년 이후 4년 만의 미쓰비시컵 정상 탈환을 노렸으나 최다 우승국(7회) 태국의 벽에 막혔다.

박 감독은 "결과는 감독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은 오늘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베트남 팀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비난보다는 격려를 국민들께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과 5년이 끝난 안도감 중 어떤 것이 더 큰가'하는 질문에 박 감독은 "두 가지 다 남는다"고 답했다. 그는 "우승하지 못한 죄책감과 반성, 무엇이 잘못인지에 대한 뉘우침이 많이 들고, 정들었던 선수들과 헤어져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베트남 사령탑으로서 마지막 순간의 감정을 전했다.

그는 이어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의무실에서 선수들과 지냈던 시간이 가장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이젠 팬으로서 베트남 축구를 열렬히 응원하고 항상 기억하겠다"며 미소 지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의 4강 신화에 힘을 보탰으나 이후 국내에서 감독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던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꽃피웠다.

박 감독은 2017년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권이던 베트남을 100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박 감독은 첫 대회인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부터 성과를 냈다.

이 대회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에 진입한 데 이어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접전 끝에 1-2로 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으나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사상 AFC 주관 대회 첫 준우승이자 최고 성적을 이끌어 '신드롬'에 불을 붙였다.

10년 만의 미쓰비시컵 우승(2018년), 베트남 사상 첫 아시안게임 4강 진출(2018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우승(2019년),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나는 그의 거취에도 자연스레 관심이 쏠렸다.

박 감독은 "이별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도 삶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다음 행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성격상 일을 할 땐 다른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이제 대회가 끝났고, 계약 기간이 31일까지이기 때문에 제 미래에 대해선 그 이후에 저를 관리해주는 (회사) 대표, 가족과 상의하려고 한다"며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축구밖에 없다. 어떤 곳에서 어떤 축구 일을 할지 최선의 선택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올해 1월 6일 미쓰비시컵 인도네시아와의 경기 때 베트남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박항서 감독[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1월 6일 미쓰비시컵 인도네시아와의 경기 때 베트남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박항서 감독[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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