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지음 / 뜨인돌 펴냄
서울 거리 곳곳에 새겨진 도시의 무늬를 재발견해낸 '드로잉 에세이'다. 건축사인 저자가 서울을 걸으며 목격한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저자는 일곱 개로 구성된 서울 도시 산책의 경로를 제시한다. 서울역 동편, 숭례문을 중심으로 한 원도심 일대와 그 주변부, 그리고 남산 자락으로 이어지는 네 개의 경로를 1부로 편성했다. 행정구역으로 보자면 1부의 경로들은 서울 중구·종로구·용산구 일부다. 2부는 서울역 서편의 널따란 구릉지 일원, 옛 경의선 및 그 지선들의 흔적을 따르는 세 개의 경로를 묶었다. 중구·용산구·마포구·서대문구 일부에 해당한다.
1부의 걷기 경로들은 시간성에 중점을 두고 선정했다. 일제강점기의 도심 재편, 해방 후 1990년대까지의 개발 시대, 2000년대 이후 젠트리피케이션 등으로 이어지는 서울 도시공간의 변화상을 선연히 보여주는 경로다. 정동과 서학당길, 종로 서측 및 서촌 일대, 명동·청계천·을지로, 후암동과 해방촌이 해당된다. 후암동과 해방촌 일대에선 일제의 신사(神社)와 문화주택지가 들어선 뒤 형성된 공간적 특색을 살핀다. 해방 후 남산 자락을 타고 오른 서민 주거지의 생명력, 최근의 젠트리피케이션 그림자를 짚어본다.
2부의 경로들은 구릉이라는 지형적 특색, 도시 구조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철도라는 기반시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중림동·미근동·충정로에선 한국 아파트 역사를 살피고, 아현동·청파동에선 구릉지를 타고 오른 저층 서민 주거지와 그곳을 포위해가는 고층 재개발지구의 대비점에 주목한다. 도화동·공덕동 일대에선 1960~80년대 '근대화'와 '개발시대'의 유산들을 만난다. 마지막 경로로 와우산을 거쳐 '홍대앞' 권역을 밟는다. 현재 진행 중인 이 일대의 변질 혹은 변모에서 서울 도시공간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기대를 생각해 본다.
독자들은 서울의 근현대 삶과 문화의 흔적들을 한 켜 한 켜 볼 수 있다. 서울이 과연 어떤 곳인지 '재발견'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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