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정유사의 석유제품 판매 가격 공개 추진
업계는 반발...영업비밀 침해, 시장개입 호소

1월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1월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연합뉴스>
정부가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하자 곧바로 기름값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국제 유가 흐름과 정책에 따라 널뛰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는 '도매가격' 공개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건전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은 정유사의 휘발유·경유 등 판매가격을 대리점·주유소 등 판매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물가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했음에도 소비자의 석유제품 구매 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정유사와 주유소 마진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고유가 시대에 실적을 쌓고 있는 정유사들을 겨냥한 '횡재세'(초과이윤세) 도입 논의까지 불거졌다.

정유업계 4사 중 한 곳인 현대오일뱅크는 기본급의 600% 수준이던 성과급이 1000%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6% 급증한 2조777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영업비밀 침해 등을 이유로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6일 국무조정실에 개정안이 반시장적 규제로 작용하는 점을 지적하는 공문을 보냈다. 석유 3단체는 "경쟁을 통한 가격정보 투명화 및 하향 안정 취지와는 달리 경쟁사의 가격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오히려 경쟁제한이나 가격의 상향 동조화를 야기할 것"이라며 "유류세 인하분은 이미 정유사 단계에서 모두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정유사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정유사간 경쟁이 굉장히 제한된 구조라 영업 과정에서도 협상력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 개정안에 담긴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하면 적정한 시장 가격 형성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제품 도매가격 공개 정책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당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정유 4사는 각 사의 경영방식이나 시장상황에 따라 각 판매대상에 대한 비중이 달라 최종판매자는 정유사 간의 가격차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며 "현행 공개방식으로는 주유소나 소비자의 탐색비용이 크게 절감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정유사들 반발로 2011년 백지화됐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에도 석유제품 가격 공개를 추진하다가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비판을 많이 받은 적이 있었다"며 "석유 업계의 담합을 우려해서 나오는 정책이지만 다른 방법으로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