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왔던 그 모든 당신

안도현 지음 / 창비 펴냄


안도현 시인이 5년 만에 새로 낸 산문집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써온 글들을 묶었다. 시를 쓰지 않았던 시기에 만났던 사람들의 곡진한 이야기, 집을 지어 경북 예천으로 귀향한 후 삶의 속도를 늦추고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 사랑하는 시와 책에 관한 이야기 등을 차분하고 살뜰한 문장에 담았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좋은 사람들'에는 저자의 인생에 영향을 끼쳐온 사람들 20명의 이야기를 묶었다. 시인 박성우 박기영 안상학 유강희, 화백 김병기 유휴열 등 명사부터 제자와 친구, 지역에서 교류한 일반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면모가 담겼다. 맺은 인연 곳곳에서 느꼈던 '사람살이'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그 자체가 훈훈하고 재미있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인 도광의 선생에 관한 글에선 저자의 습작 시절을 엿볼 수 있다.

2부 '몸속 잎사귀를 꺼내 흔드는 날'에는 시인의 삶에 자리 잡은 '식물성'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현실, 간결해진 마음으로 읽는 시와 책 이야기가 담겼다. 작년에 펴낸 시집에서 '식물도감'이라는 독특한 연작을 선보인 이유도 설명한다. 저자는 "식물의 이름을 맨 처음 붙인 그 사람이 바로 둘도 없는 시인"이라며 "그것에 딱 들어맞는 언어, 그 명명의 순간이야말로 시적인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전한다.

3부 '그래도 살아갑니다'에는 지금의 현실을 딛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을 적었다. 그 중에서도 2018년 남북정상회담 때 특별수행단으로 평양 땅을 밟았던 기행문 '평양은 멀지 않다'가 눈길을 끈다. 저자가 처음 먹어본 북쪽 음식의 이름들은 마치 시 속의 낯선 시어처럼 들리기도 한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말수를 줄이고, 크게 소리 지르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으로." 시인의 섬세한 눈과 마음을 따라가보자. 그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고 따뜻해질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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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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