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로 전력 공급자가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해 전력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서울 강남구와 맞먹는 전력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위해 관련 법을 개정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불똥이 튈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기공급의 거부 사유'를 추가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현행법상 발전사업자, 전기판매사업자, 전기자동차충전사업자 및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의 공급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정한 '대통령이 정하는 정당한 사유'는 전기요금 미납, 전기 품질에 적합하지 않는 공급 요청, 정기 보수 기간,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려는 자가 미리 전기 공급을 요청하지 않은 경우 등이다.
정부는 여기에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려는 자로 인하여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를 신설한다. 산업부는 개정 이유로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려는 자로 인해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발전사업자, 전기판매사업자 등이 전기공급을 거부할 수 있도록 전기공급의 거부사유를 추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산업부가 전기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중 하나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엄격히 평가하고 △큰 계통 파급효과 △과도한 신규 투자 유발 △계통 연결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일정기간 전기공급을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142개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4006GWh로 강남구 전체 사용량(4625GWh)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전은 "데이터센터 전기사용 특성으로 인한 향후 수도권 전력수급이 악화될 전망"이라며 "IT·공조설비의 365일 항시 운영특성으로 계약용량당 사용량 매우 많다"고 분석했다.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집중화가 가중되는 경우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송변전 계통건설과 운영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 데이터센터(100㎿ 기준) 15개 구축시 345킬로볼트(kV) 변전소 1개 신설이 필요하며 변전소 1개소 건설시 평균적으로 약 3400억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데이터센터를 겨냥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지만,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뿐만 아니라 타 산업계에도 전력 공급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전력 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판매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삼성전자(1만8412GWh), SK하이닉스(9209GWh), 현대제철(7038GWh), 삼성디스플레이(6781GWh) 등도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전기 대량 사용자에 해당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그동안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로 입지 조건에 제한을 만든 적이 없었지만 전기 소비량이 많은 수도권으로 올라가는 송전량 때문에 안정성이 위태롭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산업 설비나 인구가 늘어나 도시 집중화 문제는 또 발생할수 있는데 이를 전기 사용 규제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내달 초까지 여론을 수렴해 입법 예고를 거쳐 상반기 내로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금도 데이터 사업자들의 대용량 전기 사용 신청 중 실현 가능한 게 10% 정도 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제도 운영 시 반도체 등 주요 산업계를 고려하면서 데이터센터에도 엄격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