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분야에서 시작된 반도체 산업 부진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을 넘어 팹리스(반도체 설계)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소비자용 제품 비중이 높은 대만·중국 등 아시아권 기업이 분기 매출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글로벌 10대 팹리스들의 총 매출은 373억8000만달러로, 39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지난 2분기와 비교해 약 5.3%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에 따른 봉쇄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재고 심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급격한 침체기에 들어섰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시작으로 지난 2분기부터 시장 역성장이 시작된 데 이어, 3분기에는 파운드리와 팹리스로도 그 영향이 번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별로는 그 영향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팹리스 1위를 기록한 퀄컴은 3분기에도 오히려 매출을 전분기 대비 5.6% 늘려 99억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 23.8%였던 시장점유율도 26.5%로 늘어났다. RF 프론트엔드 칩의 매출은 줄어들었지만, 스마트폰 시스템온칩(SoC)과 5G 모뎀 칩 판매가 늘어난 동시에 자동차 전장 시장에서도 이익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위를 기록한 브로드컴 역시 네트워킹 장치 시장의 고급 부문의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며 3분기 매출이 69억36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6.8% 늘어났다.
반면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60억9300만달러에 그쳤다. 전분기 대비 14% 줄었다. 시장점유율 역시 2분기 17.9%에서 3분기 16.3%로 줄어들었다. 데이터센터와 자동차 전장 부문의 매출이 늘어났으나, 주력사업인 그래픽 카드의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트렌드포스의 설명이다. 3분기 엔비디아의 게임용 솔루션 매출은 전분기 대비 32.6% 감소했으며, 전문가용 디자인 시각화 솔루션 부문은 무려 4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MD 역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전분기보다 상승했으나, 소비자용 제품의 수요 약화가 전체 매출에 타격을 입히며 전분기 대비 15% 감소한 55억6500만달러의 매출을 거뒀다.
트렌드포스는 소비자용 제품의 수요 부진이 아시아 지역 팹리스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대만 팹리스인 미디어텍은 전분기 대비 11.6% 줄어들어 46억8000만달러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부진이 심화되며 재고 조정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또 다른 대만 팹리스 노바텍은 주력 제품인 SoC와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C) 두 제품 모두 가격과 출하량 하락을 겪으며 전분기 대비 매출이 39.9% 하락해 6억4300만달러에 그쳤다. 상위 10개 업체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중국 기업인 윌 세미컨덕터 역시 스마트폰 판매 부진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분기 매출이 25.8% 가량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연말 시즌이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며 가전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며 "내년 1분기까지도 반도체 시장의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