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할 쾌, 칼 도, 어지러울 난, 삼 마. 직역하면 헝클어진 삼을 칼로 빠르게 자른다는 뜻이다. 복잡하게 얽혀있거나 꼬인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함을 이르는 말로 자주 쓰인다. 중국 남북조시대 북제(北齊)의 역사를 담은 북제서(北齊書) 문선기(文宣紀)에 나오는 이야기다.
선비족이 세운 나라인 북위(北魏)는 6세기 초 분열을 겪는다. 효정제(孝靜帝)를 받드는 고환(高歡)이 동쪽에 세운 '동위'(東魏), 효무제(孝武帝)를 받드는 우문태(宇文泰)가 서쪽에 세운 '서위'(西魏)로 양분됐다. 동위와 서위는 전쟁을 벌이면서 장기간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고환은 자신이 죽고나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인지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가장 똑똑한 아들을 골라 그에게 자리를 물려주기로 하고, 아들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해보았다.
그는 얽혀 있는 삼실을 나누어주면서 풀어보라고 했다. 다른 형제들은 한 가닥씩 풀어내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둘째 아들 고양(高洋)은 달랐다. 그는 잘 드는 칼(快刀)을 가져와서 실타래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리고는 실을 추려냈다. 그는 "어지러운 것은 아예 베어 버려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고환은 고양이 장차 큰 일을 해낼 인물이라고 생각하면서 기뻐했다. 그 예상은 맞았다. 고양은 승상 제군왕이 되었고, 효정제를 위협해 왕위를 물려받아 황제에 올라 북제를 창건했다. 그가 북제의 문선제(文宣帝)다. 비슷한 이야기가 서양에도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듭을 풀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은 칼을 뽑아 매듭을 두 동강 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다.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정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안보는 일촉즉발이고 대형 참사까지 터졌다. 사회 곳곳에선 불안감이 팽배하다. 내우외환(內憂外患) 난제가 '쾌도난마'식으로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럴 때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치가들은 산불을 꺼버리는 시원한 소나기처럼 난국을 타개해야할 의무가 있다. 당리당략을 떠나 쾌도난마와 같이 난제들을 풀어줄 정치권을 갈망해 본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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