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계층 이미 800만명 넘어서… 회원사 구매물품 피해땐 조합이 책임지고 보상 기준없는 '직판 160만원 상한' '후원수당 제한' 등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 디지털전환 융합 서비스 혁신… 정책자금 활용 회원사 신제품 R&D 허브역할할 것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노펠리체컨벤션에서 열린 직접판매공제조합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정승 이사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직접판매공제조합 제공
조합출범 20주년 인터뷰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소위 '피라미드 판매'라는 부정적 인식을 받았던 직접방문판매(다단계 등) 산업이 국내에 들어온지도 40여년이 지났다. 1990년대 들어 소위 회원비를 받고 판매량을 할당해 강매시키는 등의 불법 영업이 늘고 이에 따른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우리 정부는 1995년 방문판매법을 만들어 다단계 회사를 관리하기 시작했고, 2002년 직접판매공제조합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인 제도권 산업으로 진입했다. 지난해 취임해 올해 임기 2년차를 맞은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은 14일 서울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갈라파고스(국제적 흐름과 단절된) 규제'가 개선된다면 다단계 산업도 유통의 한 축으로 일자리 창출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직접판매의 구매자이자 판매자인 소비계층만 800만명이 넘습니다. 갈라파고스 규제 개선과 디지털 전환 등의 노력이 더해지면 혁신 중소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돕고 경기 침체 속에서도 일자리 창출에도 큰 몫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직접판매산업의 신뢰 제고와 지원을 이끌고 있는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은 이 같이 자신했다.
1979년 행정고시 출신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맡은 바 있는 정 이사장이 이른바 '다단계 판매'로 일컫는 직접판매산업의 전도사를 맡은 지 1년이 됐다. 그 사이 직접판매공제조합은 올해 20주년을 맞아 청년에서 장년으로 성숙해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피부가 달라졌다면서, 그 비결이 회원사가 만든 화장품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사 가운데 리만코리아라는 업체가 있는데 최근 이 회사가 중소기업의 혁신소재로 제품을 개발해 지난해 화장품 방문판매 1위를 차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지사를 냈고 동남아 시장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암웨이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지닌 직접판매업체가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부업이나 전업으로 직접판매영업에 뛰어든 사람들도 150만명에서 200만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상당한 고용창출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서는 '네트워크 마케팅'…국내서는 불법 인식 아쉬워= 직접판매산업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다단계판매'로 불리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직접판매(Direct Selling) 또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명명한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상에서도 직접판매가 아닌 '방문판매,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후원방문판매' 등으로 명명돼 있다. 조합은 다단계판매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조합은 전방위 홍보 노력을 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다단계판매는 제조업자→도매업자→소매업자→소비자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판매방식과 달리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유통방식"이라며 "판매원(회원)을 통해 구입하는 것일 뿐 일반적인 유통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직접판매산업이 국내에 진출할 당시 불법적인 방식으로 악용돼 60대 이상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제도적인 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또 조합에 가입된 회원사라면 더 이상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은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또는 판매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2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 설립된 소비자피해보상기관이다. 조합에 가입된 회사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나 판매원이 정당한 반품이나 청약철회를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환불해주지 않을 경우 이 조합이 보상을 해준다. 그는 "우리 조합 회원사로부터 구매하는 제품은 행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구매해도 된다"고 말했다.
◇"직접판매 '160만원 상한' 기준 없어…갈라파고스 규제 개선 필요"= 정 이사장은 오랜 시간 공직 생활을 해서 그런지 정책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며 강하게 역설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산업에 대한 정부 정책은 규제 정책과 지원·육성 정책이 공존해야 하는데, 직접판매산업에 한해서는 오로지 규제 정책만 있다"며 "특히 '후원수당 통지절차 개선'과 '개별재화가격의 상한선 상향' 또는 철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소비자법학회가 최근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후원수당을 100분의 35로 제한하는 현행법이 만들어진 시점에 실질적으로 이러한 비용의 분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어떠한 이유에서 후원수당이 100분의 35로 확정됐는지 대해 입법 이유서 등을 찾아봐도 알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이사장은 "코로나19 같은 대외환경 변화에 회사가 시의적절한 판매촉진으로 소비자와 판매원의 후생복지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규제개선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개별재화가격의 상한선 상향'과 관련해서는 "다단계판매회사들은 160만원이 넘는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 같은 가격 제한은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제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라며 "규제의 근거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갈라파고스적 규제가 개선된다면 유통산업의 한 축으로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의 성과를 더 활발하게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년 넘어 어른으로'…혁신 허브 역할 강화= 그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조합이 이제 피해보상과 인식 개선 뿐 아니라 디지털 전환(DX)과 같은 혁신에도 이바지해 산업을 한층 더 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부실하고 불법적인 영업을 하는 업체들을 정리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제도를 안착시켜 소비자피해보상을 넘어 피해예방의 역할을 하는 등 건강한 시장환경 조성에 이바지했다"며 "20살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특별하다고 조합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도 말했지만, 이제 조합은 청년의 시각과 어른의 시선으로 산업과 조합을 위한 새로운 백년대계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보다 더 정교한 소비자피해보상과 예방의 기능을 갖추고 수요자 위주의 편리성과 합리성을 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 DX와 융합해 서비스를 혁신하고, 국가 R&D(연구·개발)와 연계한 회원사들의 신제품 개발을 이끌어내는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회원사들이)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 자금을 잘 가져다 쓰지 못한 것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이라며 "또 정부가 그동안 연구해 온 R&D 데이터베이스들이 많은데,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등의 정보도 제공해주는 역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위 '데스벨리'에 빠진 연구과제들이 있는데 이를 잘 찾아보면 성경 말씀처럼 '죽은 기술을 다시 살리는' 보물을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원사 행사서 경제회복 열망 느껴져…2배 성장 확신"= 그는 최근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에 진입하면서 몇몇 회원사들이 하는 대규모 신제품 출시 행사나 판매 촉진 행사를 직접 둘러봤다면서 "열기가 대단했다. 마치 최근 월드컵 응원을 하는 광화문과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열기가 최근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등 소위 '3고(高)' 경기침체 시대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끝으로 조합이 더 완벽하게 소비자 피해 보상 제도를 안착시키고 인식 개선과 혁신을 이끌어 낸다면, 앞으로 개인화 되고 소비자 맞춤형 소비가 진화하는 시대에 직접판매 산업이 한층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10년 뒤 최소한 2배 이상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