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보험·퇴직연금 만기 도래
대규모 지출 앞두고 현금 확보
"보험산업 유동성 위험성 커져"

보험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단기 차입금 한도를 늘리고 있다. 저축보험,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보험사들이 은행 대출(당좌차월), 환매조건부채권(RP)매도 등을 통한 단기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말 삼성생명은 단기차입 한도를 2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늘렸고, 푸본현대생명도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높였다.

이달 들어서는 신한라이프가 차입 한도를 기존 13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1조2700억원 확대하기로 의결했다. 롯데손해보험은 단기 차입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을 더 늘린 1500억원으로 설정했다.

롯데손해보험 측은 "적정 유동성 유지를 위해 단기 자급 차입 한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실제 차입금액이 아닌 차입 약정 한도 설정 금액으로, 시장과 당사의 상황을 고려해 1500억원 내에서 차입을 실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장 이 한도만큼 차입한 게 아니고, 향후 자금 상황을 보고 1500억원까지 단기 차입을 할 수 있도록 한도를 선제적으로 확대해 놨다는 의미다.

단기 차입금은 상환 기한이 1년 이내 도래하는 차입금을 뜻한다. 만기가 긴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중장기 자금을 차입해 리스크를 관리한다. 그러나 최근 단기차입 한도까지 늘리는 건 10년 전 대량으로 가입했던 저축성 보험 만기 도래, 연말 퇴직연금 유출 등으로 대규모 자금 지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예금과 퇴직연금 수익률은 껑충 뛰고 있다. 예금의 경우 은행은 연 5%대, 저축은행은 연 6%대에 형성돼 있고, 퇴직연금은 증권사들이 연 6~8%대의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들은 신규 저축성보험 금리가 연 6%를 넘지 못하고 있고, 퇴직연금 수익률은 5% 후반대에 형성돼있다.

이런 이유에서 보험사들은 어느 정도의 자금 유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에 푸본현대생명이 늘린 단기 차입 한도가 자기자본(작년 말 기준 1조2800억원)을 넘어선 이유도 이런 배경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3분기 말 푸본현대생명 퇴직연금(특별계정)자산은 7조94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1%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자금이탈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10%로 제한된 퇴직연금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풀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원하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 선임연구원은 "보험사의 현금 유출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며 "외부자금 조달 경색 지속, 보유자산의 가치 하락 등으로 보험 산업 내 유동성 위험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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