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원자잿값·고환율 이중고 폴스타·폭스바겐 등 인상 검토 국산차는 상승 가능성 적을 듯
폴스타2. 폴스타코리아 제공
폭스바겐 ID.4.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수입차 브랜드들이 올 들어 차량 가격 인상을 이어온 가운데, 내년엔 전기차 모델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수입차 업체들은 그 동안 정부 보조금 100% 지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기차에 한해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지만,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에 고환율 기조까지 겹쳐 더 이상은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수입차 브랜드들은 내년 전기차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올 들어 차량 가격을 최대 1000만원 이상 올리는 등 급격한 가격 인상을 단행해 왔지만 전기차에 대해서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인 5500만원을 맞추기 위한 차원이다.
현재 폴스타의 폴스타2와 폭스바겐 ID.4의 가격은 5490만원으로 이 기준에 턱걸이 하고 있다.
푸조의 e-208과 e-2008은 4900만원, 5090만원부터 시작해 인상폭에 따라 5500만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 정부 보조금 지급 기준은 차량 기본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 모델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폴스타2의 경우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내에서는 옵션 가격만 40만원가량 올리는 등 가격 방어에 나섰다. 폴스타2의 유럽 시장 가격은 4만3725유로(6020만원), ID.4는 4만6335유로(6380만원)로 국내보다 비싼 상황이다.
푸조 e-208과 e-2008의 경우 지난 2020년 7월 국내 선보이면서 각각 시작 가격을 4100만원, 459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지난 9월 주행거리 연장 등 상품성 개선 모델을 선보이면서 각각 800만원, 500만원 올렸다. 푸조 브랜드가 속한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주력인 지프 브랜드의 주요 모델 가격을 올 들어 수백만원 인상한 바 있다.
이들 모델을 제외한 5500만원 미만의 수입차 모델은 쉐보레 볼트EUV(4790만원)와 미니 일렉트릭(4560만원) 정도다.
이 중 볼트 EUV는 작년 국내 출시 계획 당시 4490만원으로 책정됐지만, 현지 배터리 리콜 사태 이후 올 4월 국내 들어오면서 가격이 300만원 올랐다.
국산 전기차의 경우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5500만원 선에 안정권인 상태다.
현대차 아이오닉 5는 5005만원, 아이오닉 6는 5200만원, 기아 EV6는 5187만원부터 각각 시작한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은 수입차 브랜드와 동일하지만 환율과 물류비 등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어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100% 지급 기준을 당초 6000만원으로 정했으나 올 들어 5500만원으로 낮췄고, 지급 대상도 작년 10만1000대에서 20만7500대로 확대했다.
1대당 보조금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지급 대상을 넓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으로, 이 기준은 더욱 엄격해 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한국 전기차 시장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이 절대적이어서 가격 경쟁력 없이는 입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글로벌 원자재 가격, 환율 압박 등에 현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