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 50분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박 전 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어떠한 삭제지시도 받지 않았다.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첩보·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 대통령께 보고하고 안보실이나 통일부, 국방부 등을 지원하는 것이 국정원 본연의 임무"라며 "(국정원은) 정책 결정 부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당시 정보 분석이 완벽하지 않아 이씨의 '자진 월북' 단정이 성급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애국심과 헌신을 가지고 일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자세를 존경하고 신뢰한다"며 "분석관의 분석도 절대적으로 신뢰하며, 국정원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안은 전 세계 정보기관의 제1 업무"라며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침을 첩보 삭제 지시로 보는 검찰 시각을 반박했다.
박 전 원장은 검찰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도 했다. 그는 "오늘 저를 조사함으로써 개혁된 국정원을 더는 정치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그해 9월 23일 새벽 1시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서훈(구속 기소) 전 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전 정부 청와대의 고위 인사가 기소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서 전 실장 구속 후 입장문을 통해 검찰 수사를 비판하면서 서해 피격 사건의 '최종 승인자'가 자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박 전 원장 조사를 마친 뒤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일괄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전 실장도 첩보 삭제 지시와 관련해 추가 기소할 전망이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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