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일 집단 운송거부를 보름째 이어온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소속 철강·석유화학 운송 사업자 1만여명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을 내린지 9일 만이다. 야당이 정부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했지만 정부는 "복귀 없이 대화는 없다"고 못박았다. 안전운임제 연장이 아닌 폐지까지 시사하며 고강도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 직후 곧바로 2차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재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철강·석유화학 제품 출하 차질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핵심 산업으로 확대돼 우리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화물연대의 자발적 복귀를 더 기다리기에는 우리 앞의 상황이 매우 긴급하고 엄중하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또 "이번 조치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자 최선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따르면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인한 철강·석유화학 업종 피해액은 약 2조6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철강 업종에서는 평시 대비 출하량이 48% 수준으로 급감했고, 석유화학도 평시 20% 수준에서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철강은 최악의 경우 제철소 고로 가동까지 지장을 줄 수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86개 합동조사반이 이날 오후부터 운송사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대상자는 철강 분야 운수 종사자 6000여명, 석유화학분야 4500명 등 총 1만여명으로 추정된다. 관련 운송사는 철강(155곳)·석유화학(85곳)을 합쳐 240여곳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면 운행정지,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는다"며 "경제와 국민을 담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화물연대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속한 업무 복귀가 우선"이라고 못박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업무에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다"며 "대통령실의 일관된 원칙은 선복귀 후대화"라고 밝혔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제안한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안을 수용했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파업의 지속과 경제적 피해 확산을 막고 안전운임제의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을 끝내려면 대통령이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안전운임제 수용은) 민주당이 저희와 얘기해서 진행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파업의) 발단은 지난 6월 정부가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데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김동준기자 blaams@dt.co.kr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해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8일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운행을 멈춘 화학물질 운반차가 줄지어 서 있다.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15일째 계속된 이날 산업·경제 피해의 심각한 피해를 우려해 업무개시명령을 추가 발동했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