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發 PF ABCP 금리 폭등
증권사 73.5% 연내 만기 도래
전문가 "내년초쯤 자금유입 원활"



한국은행이 21일 자금난을 겪는 증권사 등을 지원하기 위해 2조5000억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었다. 자금시장 경색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채권시장에 단기 초우량 크레딧 물량을 중심으로 유효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지만 일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는 최고 연 20%대까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은 면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11시~11시 10분 2조5000억원 규모의 RP 14일물 매입을 시행했다고 공지했다. 모두 3조6000억원 규모가 응찰했는데, 평균 낙찰금리는 연 3.29%였다. 이날 매입한 대상 증권의 환매일은 12월 5일이다.

이번 매입은 지난달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증권사와 증권금융 등을 대상으로 약 6조원 규모의 RP를 매입하기로 결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미상환 PF ABCP에 대한 우려로 단기자금 시장 유동성이 메마르면서 증권사들의 흑자도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정부의 총력전에도 최근 PF ABCP 금리는 최고 연 20%까지 올랐다. 9월 초 3~4% 내외였던 PF ABCP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가 있었던 10월 이후 급격히 상승해 10월 중순 7~9% 수준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서는 두자릿수 금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4일 특수목적회사(SPC) 파인우노가 발행하고 GS건설이 신용보강한 다음달 23일 만기 ABCP(A2+ 등급)는 연 20.3∼21%의 금리에 거래됐다. 같은 날 태영건설이 신용보강한 내년 1월 만기 ABCP(A2 등급)도 연 15% 넘는 금리에 거래됐다.

정부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시장에 개입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최근 만기를 하루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PF 자산유동화증권 차환에 성공했다. 총 규모 5423억원에 만기 83일물(2023년 1월19일)로, 금리는 최고 12% 안팎으로 발행됐다.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상승했다. 채안펀드도 자산유동화증권 매입에 참여했으며,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중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현대건설(2005억원), 롯데건설(1710억원), 대우건설(1708억원)이 대출채권에 대한 연대 보증을 했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지난 10월 이후 연이어 유동성 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PF ABCP 차환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어 단기자금 경색은 점진적으로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사와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PF ABCP 자체에 대한 선호도도 저하됐다. 채권 구조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이 추가됐으며 신용·유동성을 공여한 개별 기업들에 대해서도 선별적인 투자가 진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PF ABCP 차환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전망이 다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34조원에 이른다. 증권사들이 보증한 PF ABCP 20조2867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등급 ABCP 1조1244억원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건설사들이 지급보증 등을 제공한 PF ABCP 의 만기는 비교적 분산된 편이지만 증권사들이 신용이나 유동성을 공여한 PF ABCP는 73.5%가 연내 만기가 도래한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자금을 통한 ABCP 매입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부동산 경기침체는 수도권까지 전이된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내년 초 채권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기 전까지 단기 자금시장의 경색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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