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가운데) 신임 총리가 런던 보수당 당사 앞에서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리시 수낵(가운데) 신임 총리가 런던 보수당 당사 앞에서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EPA 연합뉴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25일(현지시간) 취임한 영국의 리시 수낵(42) 총리에게 잇달아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젊은 총리의 등장으로 영국과 프랑스 간 최악의 경색 관계가 풀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에 "수낵 총리 취임을 축하한다"며 "수낵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포함해 국제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핵심 문제들에 있어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프랑스어와 영어로 수낵 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는 글을 올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과 세계에 미치는 많은 결과를 포함해 당면한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역시 "가까운 친구로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G7(주요 7개국)에서의 더 많은 협력과 파트너십을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영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영국 간 전략적 협력관계를 계속해서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전날에 이어 '뼈 있는' 축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 대륙이 시험대에 오른 시기에, 우리는 우리의 합의를 완전히 존중하면서 우리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대(對)영국 협상 담당자인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 부위원장도 "EU와 영국 간 긍정적인 관계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나는 우리의 합의를 완전히 존중하면서 그러한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북아일랜드 협약 하에서 공동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이 포함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아일랜드 협약'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아일랜드가 비록 영국 영토이지만 EU 단일시장에 남아 EU 규제를 따르도록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영국은 2020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이를 일방적으로 폐기하는 법안을 추진했고 EU가 법적 조치에 나서면서 대치해왔습니다. 이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이날 인도계 힌두교도인 수낵 총리는 영국 역사상 최초의 비(非)백인이자 최연소 총리로서 취임했습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오전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제57대 총리로 임명된 뒤 관례대로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첫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그는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44일 만에 사임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남긴 후유증부터 수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성장 추구는 숭고한 목표이지만 트러스 총리는 몇 가지 잘못을 했고, 이를 바로 잡으라고 내가 총리로 뽑혔다"며 "즉시 일을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여파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경제위기가 심각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안정이 핵심과제이겠지만 그렇다고 재정 건전성을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내가 이끄는 정부는 우리가 감당하지 못한 빚을 우리 아이와 손주 등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코로나19 때 실직을 막기 위한 유급휴직 지원제도를 펼치는 등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한계는 있겠지만 현재 어려움에도 그때와 똑같은 연민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수낵 총리 취임을 계기로 최악의 영국·프랑스 관계가 개선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툭하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전임자들과 달리 수낵 총리는 상대적으로 더 세련된 태도를 갖추고 있지요.

게다가 두 정상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두 사람 모두 40대이고, 은행가 경력, 정계 입문 수년 만에 행정 수반에 오르며 벼락 출세한 이력이 같습니다. 종종 후드티를 즐겨입고, 키까지 얼추 비슷합니다. 이럼 점을 비춰보면 두 사람이 향후 외교 무대에서 '브로맨스'를 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일고 있습니다.

양국은 2010년 1월 단행된 브렉시트 이후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에서 젊은 총리가 탄생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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