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에 칼 겨눈 공정위
'살균제 인체무해' 거짓광고 혐의
과징금 7500만원·前대표 고발
각종 악재에 사법리스크 심화
SK케미칼도 3500만원 벌금형

지난 2019년 8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9년 8월 2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경에 칼 겨눈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독성 물질이 들어간 살균제를 안전한 제품으로 거짓 광고한 애경산업과 SK케미칼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애경산업은 지난 7월부터 탈세 혐의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작년 1월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며 한시름 돌렸던 애경산업이 또 다시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현재 애경그룹은 창업자 배우자인 장영신 회장의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챙기고 있으며, 차남인 채동석(사진)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 대표이사 직을 맡고 있다. 애경산업은 최근 화장품 사업 중국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전원회의에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에 각각 7500만원과 3500만원의 과징금(잠정)을 부과하기로 하고, 각 법인과 애경 안용찬 전 대표이사,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를 당일 검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공정위는 두 회사에는 재발 방지 시정명령과 제재 사실 공표 명령, 광고 삭제 요청 명령도 부과한다.

공정위는 2018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재조사 때 인터넷 기사는 광고가 아니라고 보고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헌법재판소가 지난달 29일 이를 위헌으로 결정하자, 재조사에 나서 약 한 달 만에 이 같은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SK케미칼과 애경은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을 포함한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상호 협의로 개발해 2002년(솔잎향)과 2005년(라벤더향)에 각각 출시했다.

애경은 신제품 출시 당시 "인체에 무해한 항균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 "인체에 안전한 성분으로 온 가족의 건강을 돕는다" 등 문구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이런 내용이 2002년 10월(솔잎향·2건)과 2005년 10월(라벤더 향·3건) 인터넷신문 기사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가습기메이트를 출시할 당시 안전성 근거로 주장된 서울대 실험보고서에서도 유해 가능성이 확인됐고, SK케미칼이 작성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흡입·섭취 시 피부점막 및 체세포에 치명적 손상을 준다", "LD50"(공기 중에 0.33㎎/ℓ 상태로 4시간 노출되면 실험용 쥐의 50%가 사망한다는 의미)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2012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판매한 옥시 등을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했으나, CMIT/MIT 성분 제품을 판매한 애경 등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6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부당 광고 혐의로 신고했을 때는 신문 지면 광고와 인터넷 기사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런데 헌재는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인터넷 기사 3건에 대해 심의하지 않은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공정위는 직후 재조사에 착수해 지난 7일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상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의 처분·공소시효는 5년으로 이달 30일 만료된다. 애경과 SK케미칼은 2011년 8월부터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중단하고 같은 해 9월부터 제품 수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3∼2017년에도 제품이 유통되거나 소매점에 진열된 바 있고, 2017년 10월 31일에도 제품 구매가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에 따른 업무상과실 치사 형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법원은 지난해 1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의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1심 무죄 판결을 내렸다.

CMIT·MIT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이번 공정위의 고발 조치로 항소심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애경산업 등의 광고가 거짓이었다고 판단한 만큼, 해당 물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제조업체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애경은 가습기살균제 문제 뿐 아니라 지난 7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탈세·비자금 관련 세무조사도 받고 있다. 국세청 조사 4국은 특별 세무조사로 불리는 비정기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주로 기업의 탈세, 비자금 등과 관련한 혐의 조사를 담당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0.8% 줄어든 1418억 원을 기록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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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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