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기 우스갯 소리로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반포 한강공원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얘기가 있었다. 서울 집값은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그랬던 서울 집값이 20주째 떨어지고, 하락폭은 매주 커지고 있다. 사계절 내내 집값은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전문가도, 연말부터 다시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들도 얼마 전부터는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채무 불이행 선언은 부동산 불패 신화에 종지부를 찍으며, 대한민국 경제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국내 거의 모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가 올스톱됐다. 정부는 자금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50조원+α'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하는데, 이 방법이 통할지는 알 수 없다. 시장에서 한번 깨진 신뢰는 좀체 회복되기 어렵다.

건설사들은 자금 조달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장 유동성은 경색됐고, 높은 이자에도 돈을 빌려주겠다는 투자자가 없다. 건설사들 사이에선 연 10% 이상의 이자를 제안해도 자금 조달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둔촌주공 재건축도 사업비 대출 연장이 불허됐다. 건설사들은 둔촌주공 분양만 시작되면 대출 상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지만, 금융권에선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둔촌주공이 완판하지 않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은 일반 분양가가 상승하면 모든 부담이 해소될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사비는 치솟는 데 반해 부동산 경기는 하락하고, 대출 이자가 천정을 찌르는 상황에서도 시장(수요자)의 선택을 받는 게 가능할까? 금융권이 둔촌주공 완판 실패에 베팅한 이유는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둔촌주공이 미분양으로 남으면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영원할 줄 알았던 부동산 불패 신화의 종말이 다가오는 것이다.

서울 집값은 지난 2008년 미국 리먼 사태 때도 떨어진 적이 있다. 당시 국내 경기는 크게 위축됐고, 위기는 불가항력적인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김진태발 자금 경색은 피할 수 있었던 고난이라는 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국난이라면 희생하면서 넘어갈 수 있지만 누군가의 '똥볼'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겪는 현재 상황은 유쾌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 집권 후 집값 하락 안정화가 이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경제를 망가뜨리는 방식이 될지는 몰랐다. 그야말로 '진태양난'이다. 김진태 도지사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으로 인해 대한민국 경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김진태 도지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끝내는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 박순원기자 ssun@

박순원 금융부동산부 기자
박순원 금융부동산부 기자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순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