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채무보증 업무로 오랜 갈등
OECD 관련회의 공동 주최 주목
통합설 나오자 갈등해소 나선듯

한국수출입은행. 연합뉴스
한국수출입은행. 연합뉴스


'밥그릇' 싸움을 벌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련 회의를 공동 주최해 주목을 받는다. 갈등이 지속되면 양 기관을 통합할 수도 있다는 엄포가 나오자 두 기관이 갈등 해소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수은)과 무역보험공사(무보)는 24일부터 25일까지 양일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제46차 OECD 환경·사회전문가회의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회의는 각국 공적 수출신용기관(ECA)에 적용되는 공통된 환경·사회심사 가이드라인을 제·개정하고, 적용사례와 심사방안을 공유하기 위한 회의단체이다.

이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상 상반기에 OECD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 하반기는 회원국별로 돌아가며 개최되는데 우리나라는 2020년에 서울 개최를 준비하던 중 코로나19 영향으로 미뤄졌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행사를 위해 손을 잡은 수은과 무보가 주목받는 이유는 그동안 두 기관이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두고 갈등을 빚어왔던 탓이다.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물품을 수입하는 외국인이 구매대금을 국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을 때 채무를 보증해주는 제도다. 수출입은행은 1981년부터 대외채무보증 업무를 전담해왔고, 1992년 수은에서 독립한 무보가 이와 관련된 보험을 취급했다. 이후 2008년부터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총액은 무보의 연간 보험인수 금액의 35%으로 제한하도록 수은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비율을 35%에서 50%로 상향하는 수은법 시행령 개정안을 꺼내들면서 양 기관의 갈등이 격화됐다. 기재부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비율이 제한된 탓에 해외 수주가 무산된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무보는 수은이 업무 영역을 침범한다며 반발했다. 무보 노조는 지난해 말 해외 수주 무산 사례와 관련된 보고서를 작성한 수은 직원을 상대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내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지난 4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두 기관의 갈등 이면에는 수은은 기재부 산하 기관이고, 무보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수은과 무보의 밥그릇 싸움에 대한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수은과 무보 밥그릇 싸움이 설립 이후 계속되고 있다"면서 "두 기관이 맨날 싸우고 고발하고 고소하고, 이런 부분이 해결 안되면 통폐합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이에 대해 윤희성 수은 행장은 "수은법 시행령 개정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무보와 잘 협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한 몸이었던 수은과 무보의 통합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금융위원회는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수은과 무보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다가 현행 체제룰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비율 확대가 추진되면서 통합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은과 무보가 힘을 합쳐도 부족한 실정"이라며 "통합의 실익이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실제로 통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수은과 무보 모두 한국의 ECA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열리는 관련 회의에도 함께 참석해왔고, 국내에서 열린 이번 회의도 당연히 함께 개최하게 된 것"이라면서 "현재 무보와 특별히 갈등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작년 하반기 부처·기관간 수차례 협의를 통해 수은 대외채무보증 제도 개선에 합의해 12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의결하고, 현재 시행령 개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감사원에서는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은 절차적으로 문제 없음을 확인해서 무보 노조 청구를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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