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겨눈 檢수사 반발 野, 사상초유 대통령 연설 불참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데자뷔 난장판 국회 '4류 정치 현주소'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은 반쪽짜리였다.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거부해 본회의장 절반 이상이 텅 비었다.
정치가 실종 된 4류 정치의 현주소다. 사정당국의 매서운 칼날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하면서 난장판이 된 정치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아수라장이 됐던 20 여년 전 정치판의 데자뷔다.
윤 대통령은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텅 빈 의석을 마주하며 총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내년도 예산 기조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확대와 원전 생태계 복원, 국방력 강화 등으로 설명하고 국회의 협력을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예산을 축소 편성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거야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귀를 닫았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 기간 중 야당을 향한 비속어를 사용했다고 문제 삼아 사과를 안했다며 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이 국제외교현장에서 국회를 '이XX' 등 라고 표현했고,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인정했다"며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대통령 연설을 직접 방해하는 행위보다는 더 엄중하면서도 더 절제된 방식으로 항의의 뜻을 충분히 표출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다"고 시정연설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민주당이 시정연설 거부라는 실력행사를 결단한 가장 큰 이유는 검찰의 여의도 민주당사 압수수색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불법 대선자금 가능성까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의 종착역은 물론 이 대표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이런 방식으로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우리는 맞서 싸울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로 들어서고 나가는 순간에도 '야당 탄압 중단하라', '국회 무시 사과하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쪽으로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행태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권을 당대표 범죄 은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19번의 박수로 호응했다.
정치권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혼란에 빠진 것은 2002년 대선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이후 20년 만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회창 후보)과 민주당(노무현 후보)이 각각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백억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2003~2004년동안 수사를 벌였다. 대선후보들은 입건되지 않았으나 양측 모두 선거 캠프의 주요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져 사법처리 됐다.
이번 사정정국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지난달 8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장동 특혜와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또다시 재판정에 설 가능성까지 생긴 것이다.
여야가 가파른 대치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터라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더욱 꼬일 전망이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정부의 예산안을 부결시키면 '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정부가 새 예산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야가 충돌을 거듭하다 해를 넘길 경우 '준예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다. 더 큰 걱정은 경제 위기속에 민생과 경제가 표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떠난 뒤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