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獨·日 합법, 韓만 불법" 경직된 노동 규제로 경쟁력 약화 스티브 키퍼 "전기차 투자 난항 외국기업 국내 투자 위축될 것"
한국GM 부평공장.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이 불법파견 혐의로 실형을 구형 받은 것과 관련해 글로벌 기준과 어긋난 국내 노동규제가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투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위축은 물론, 국내 산업 전반에서의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창출력까지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준에 맞는 고용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이 전날 카젬 전 사장에 대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하자 한국GM을 비롯한 외투 기업들은 불안에 떨면서 뒤숭숭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젬 전 사장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경영을 했을 뿐인데 왜 한국에서만 문제가 되는지를 집중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구형했다.
카젬 전 사장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700여명을 불법 파견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파견제 활용 등이 유연하다는 점에서 국내 노동 규제가 글로벌 기준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9일이다.
한국은 독일, 일본 등과 달리 파견업종을 32개 업종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직접 생산업종은 아예 제한돼 있다. 도급과 파견 근무의 선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지적 사항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GM은 2012년 고용부와 '사내하도급 서포터즈 협약'을 체결하는 등 우수사례 평가를 받았고 2018년 1월 실시된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외부자금을 수혈 받은 같은 해(2018년) 5월 한국GM은 불법파견 판단을 받았다.
당시 한국GM은 경영 정상화 일환으로 30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일감이 줄어들면서 계약 관계인 하도급업체도 줄었는데, 고용부의 직접 고용 시정명령 시점이 이와 맞물린다.
이에 대해 스티브 키퍼 GM 사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파견직 활용이 처벌 대상이 되고 대표가 기소되는 이런 상황에선 (한국GM에 대한) 전기차 투자가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고용 규제가 외투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고용 불확실성으로 최고경영자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은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경우 국내 시장에서 경영을 할 명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GM의 경우 글로벌 차세대 모델인 '뉴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생산을 위해 창원공장에 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는데, 이는 2002년 한국 법인 설립 이후 단일 건으로 최대 투자다. 르노그룹도 루카 데 메오 회장이 최근 방한에서 한국에 수억 유로(1억 유로는 약 1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투자의 영속성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연희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기업 경쟁력 관점에서 본 국내 노동환경' 포럼에서 "노동 규제와 관련해 형사처벌 등의 우려가 확대되면 해외 기업들은 한국 지사를 기피하고, 다른 국에 지사를 둬 컨트롤만 하는 파생적 운영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기업들도 부담은 마찬가지다. 현대제철의 경우 작년 9월 자회사 3개를 설립해 협력업체 직원 4500여명을 직접 고용했고,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2개 자회사를 출범해 주요 협력업체를 편입하기로 했다. 이는 인건비 증가 등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고, 고용 창출력까지 저하시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종선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국내 기업 환경을 보면 고용 경직성이 심각하다. 독일·일본 등 제조 경쟁국은 파견을 기본적으로 허용하고 도급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만 엄격하게 기준을 적용하고 생산 방식을 옥죄면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법원은 파견·도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를 명확히 하기가 어렵다"며 "형사처벌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도급으로 활용하다가 파견으로 판단 받아 형사처벌로 이어진다면 글로벌 차원에서도 불확실성에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