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 全大 앞 재발한 '민심 vs 당심' 프레임 여론 역선택 방지 걸쇠 오래된 민주당보다 시끌 국힘, "여론 100%" 당원투표 배제론까지 잦아 전대 룰 동떨어진 여론조사는 밴드왜건 유발 역선택 방지 상수화해야 당원존중, 소모전 멈춰
(왼쪽부터)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유승민 전 국회의원·안철수 국회의원 SNS 사진 갈무리>
보수정당에서 이른바 '당심(黨心) 대 민심(民心)' 논쟁이 재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당대표에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당대표 적합도 선두'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자, 당 주류에선 반대정당 지지층의 '역선택'을 우려하며 포문을 열었다. 나경원 전 의원도 '민주당의 선택'이란 표현을 쓰며 "국민의힘 지지층 1위는 나"라고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非윤석열) 진영에선 "민심이 중요한가 당심이 중요한가"라는 반론을 편다.
일단 내년 2월 무렵이 될지 모를, 길게는 3~4월이나 6월까지도 거론되는 전당대회가 어쨌든 다가오고 있으니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커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에 천착한 논쟁이라 시시비비가 무의미하다고 여기면 그만일까. 따져봐야할 부분은 있다고 본다. 당내 선거철을 맞더라도 더불어민주당에선 잡음 수준에 그치던 이 논쟁이 유독 국민의힘을 향하면 증폭되는 게 오래된 패턴이다.
보수당만 겪는 '고질병'인 셈인데, 이는 원칙의 부재가 원인이라 본다. 적어도 같은 용어를 쓰는 사람들끼리여야 원칙도 세울 것이다. 일단 '당심'이 뭘까. 각 정당 지도부 선출 등 내부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지닌 당원부터, 넓게는 각당 지지를 표명하는 여론을 가리킨다. '민심'은 대통령·국회의원·단체장 등 선출직 공직후보자에 투표할 수 있는 모든 유권자(국민)로 보면 될 것이다. 당원이 국민의 일부, 당심 역시 민심의 일부이니 서로 '여집합'이라 할 수는 없다.
정당은 이념 등을 매개로 한 '사적·정치적 결사(체)'이지 '공권력 행사의 주체가 아니'며, 불과 몇명이 전국민의 선택을 놓고 다투게 될 '대통령 후보'를 뽑더라도 '자발적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으로 본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례 등으로 드러나 있다.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것과 달리 각 정당이 당대표·최고위원 등 당직자를 선출하는 경우는 각당 조직원이나 적극지지층의 의사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게 '상식'이다.
실제로 거대양당은 지도부 선출시 적어도 7할 이상의 투표권을 당원이 갖도록 했다. 민주당은 지난 8·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에서 △권리당원 투표 40% △대의원 투표 30% △일반국민여론조사 25% △일반당원여론조사 5% 순으로 반영해 사상 최고 77.77%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대표를 선출했다. 그 이전엔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당원여론 5% △일반국민여론 10% 순으로 무려 9할이 당원참여였다.
국민여론조사 반영률이 10%에서 25%로 늘었지만,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만 참여시키는 '역선택 방지 룰'은 그대로 뒀다. 비주류 후보에 우호적이던 여당 지지층 등의 개입 여지는 차단했다. 당원계층별 지지성향이 달랐을뿐, 애초 주류와 비주류의 반(反)보수 노선 차이도 뚜렷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앞서 3·9 대선후보 선출 때도 기간별 선거인단을 모으는 국민경선으로 당 고(高)관여층 중심의 참여를 유도했고,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 룰 역시 특별당규에 못 박았다.
국민의힘은 당헌에 책임당원 유효투표 70%, 일반국민 여론조사 30% 비중으로 당대표를 선출한다고 명시했고, 당헌 제99조로 '당이 실시하는 각종 여론조사에 있어 여론조사 대상을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정당이 없는 자로 제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체제 때 신설된 내용이다. 현재 여당이 역선택 방지 룰 논의 신설을 두고 논쟁한다고 하면 틀린 이야기가 된다. 의무·강제 규정이 아니니 적용 여부로 잡음이 일고 있을 뿐이다.
현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원 비중을 높일지 여부를 검토한다는 설도 있었으나, 지난 18일 MBC라디오에서 친윤(親윤석열)계 유상범 의원이 "(7대 3에서) 룰 변경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작년 6·11 전당대회에서도 당원투표 2위였지만, 역선택 방지 룰을 적용하고도 '바람'을 타고 여론조사 우위를 보인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바 있으니, 현재의 비윤계의 룰 문제제기 등은 새삼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다. 당권 재도전이 점쳐지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 17일 유 전 의원을 겨냥 "당과 윤 대통령이 어려울 때, 배신적 행동을 했던 분이 지지율 1위"라며 "당원 100% 투표로 혁신하자"고 했다. 같은 날 유 전 의원은 MBC 방송에서 "(여론조사 결과는) '윤핵관'들이 당을 많이 망쳐놨기 때문"이라며 "당심만 너무 중요시하고 민심과 거리가 있는 당대표를 뽑으면 5년 내내 여소야대로 간다"고 주장했다.
옛 국민의당 대선후보 시절 단일화, 뒤이은 합당으로 국민의힘에 합류한 안철수 의원까지 전날(20일) 외연확장과 이견을 고려하면 "(7대 3 룰) 현행 유지가 최선"이라며 조 의원의 주장에 "극단적으로 그냥 대통령이 임명하면 될 일 아니냐"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민심으로 당심을 누르는 듯한 프레임이나, '당원 100%라면 대통령 임명제나 다를 게 없다'는 논리나. 흔히 입에 올리는 "당원 동지 여러분"에 점수를 따기 어려운 말들로 보인다.
당심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태도는, 정당의 일원이 맞는지 의심케 한다. '민주당 권리당원은 권리를 갖는데,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책임뿐'이라는 일각의 자조를 부르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은 작년 4·2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를 예비경선에 20% 반영했을 뿐 본경선까지 전부 박탈했다. 뒤이어 6·11 전대 직전까지 100% 국민여론조사를 지상가치처럼 주장한 이들이 있었는데, 바른정당으로 떠나 미래통합당 합당 때 돌아온 '가출 정치인'들이다.
작년 대선 경선에 역선택 방지 룰 도입이 무산되기까지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유 전 의원은 "토씨 하나 고치지 말라"고 당 선거관리위를 압박했다. 당 터줏대감이던 홍 전 대표가 자신이 도입한 당헌 취지까지 부정하는 일도 있었다. 심판이던 이 전 대표는 역선택 우려를 "보수의 악성종양"이라고 했다. 결국 4인 본경선 결과 여론조사(50%반영)에서 홍준표 후보가 48.2% 몰표(당원 34.8%)를 받아, 37.93%를 얻은 윤석열 후보(당원 57.77%)를 위협하고 유승민 후보가 10.66%(당원 4.27%)에 그쳤는데, 참 '묘한' 그림이었다.
차기 대권을 놓고 유 전 의원이 대구시장이 된 홍 전 대표를 앞질러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선두 경합이라거나, 차기 당권을 놓고 30% 중후반대 지지를 얻는다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는 대선 경선 때와 꽤 결이 다르다. 대선 이후로도 대립각이 최고조에 이른 거대양당 지지층별 지지성향이 판이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민심이 윤석열 정부에 성적을 매기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집권 전후로 '반윤(反윤석열) 대표주자'가 바뀐 피아(彼我) 구분이 핵심 변수 아닌가.
전날 발표된 전화면접 기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조사, 지난 17~19일, 표본오차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당 차기 당대표 선호도로는 유 전 의원 26% 선두에, 나 전 의원·안철수 의원 10% 공동2위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나경원 23%-안철수 15%-유승민 11% 순으로 꼽았다(없음 29%). 민주당 지지층에선 유승민 48%-안철수 6%-나경원 2% 순이었다(없음 39%).
이 수치가 주는 위화감은 논쟁이 아니라 실재의 영역에 있다. 해당 여론조사 응답자로 포함된 국민의힘 지지층은 35%, 민주당 지지층은 32%였다. 정당지지율 조사를 배제해 중앙선관위의 선거여론조사 통제를 벗어난 채 유 전 의원의 훨씬 압도적인 우위를 강조하는 조사도 있는데, 단순 지지층도 아닌 책임당원 70%가 후보의 당락을 쥔 '전대 룰'에 비춰보면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 왜곡으로 보일 정도다.
대선을 거쳐 책임당원이 20만명대에서 80만명대로 급증한 국민의힘이 폐쇄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여론조사 지상주의에 빠진다면 당원 존재가치가 없는 선거플랫폼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자기 색깔로 스윙보터를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추종하면 본말전도라 본다. 역선택 방지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만들어 소모적인 논쟁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지난 2021년 10월31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 합동토론회에서 원희룡(왼쪽부터) 후보·윤석열 후보·이준석 당대표·홍준표 후보·유승민 후보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