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태 등으로 부동산 개발업체의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서울시의 부동산 개발업체 관리는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서울시에 등록된 업체 중 열 곳 중 한 곳은 '자격미달' 상태였지만 여전히 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에 등록된 부동산 개발업체 976곳 중 71곳은 전문인력 부족 등 자격요건 미달로 인한 면허취소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분양자(부동산을 분양받는 사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면허를 관리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2019년 6월 마지막으로 3개 업체의 면허를 말소시킨 이후 자격 미달 업체를 사실상 방치했다.

지난 2007년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수분양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부동산개발업 등록제도에 따라 부동산개발업 등록사업자는 전문인력 2인 이상, 자본금 3억원 이상(개인 6억원), 사무실 확보 등 등록여건을 갖춰야 한다. 면허 취득 이후에도 해당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등록취소 대상이 된다. 다만 경영 상황을 고려해 전문인력 미달 이후 80일까지는 유예기간을 둔다.

현재 서울시 부동산개발면허 취소 대상 71곳 중 16곳은 전문인력 퇴사로 인한 일시적 미달이었지만, 나머지 55곳은 법으로 정한 인정 기간을 넘긴 악성 업체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의 면허는 그대로 유지돼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한 업체는 2020년 이후 약 2년간 전문인력이 한 명도 없었지만, 여전히 면허를 유지한 채 분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부동산개발업체는 개발사업을 진행할 경우 부동산개발협회를 통해 지자체에 사업 실적 등을 보고해야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면허 등록 이후 보고된 사업 실적이 한 건도 없는 업체도 상당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사업을 영위하며 보고를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실적을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 내용을 보고할 경우 최대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이 역시 지키지 않았다.

서울시의 관리 부실로 인한 실제 피해도 발생했다. 핫스프링빌리지 분양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시에 부동산개발업체로 등록된 '리안월드'는 '자격 미달' 상태에서 강화군에서 분양을 진행했다. 해당 업체는 지난 2021년 2월부터 자격 미달 상태로 면허를 유지하고 있다.

리안월드는 지난 2017년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 일원에 생활형 숙박 시설과 상가 등을 500여명에게 분양했다. 분양대금으로 약 1300억원을 받았지만 토지대금과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공정률은 40%대에 멈춰 있다. 특히 분양 과정에서 연 7% 수익 보장 등 허위·과장 광고 행위도 있었다. 해당 업체는 여전히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분양을 진행 중이다.

비대위는 시행사와 사주를 사기 횡령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하는 한편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법정 등록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를 상대로 피해 보상과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진홍 비대위 간사는 "500명이 넘는 수분양자 중 대부분은 연 7% 수익률을 보장한 시행사에 속아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투자한 60~70대 어르신"이라며 "분양한 지 6년이 다돼가는데 공정률은 40% 수준밖에 되지 않고, 시행사가 지불해야 하는 토지 대금과 공사비 300억원까지 피해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서울시가 법정 등록요건 미달 업체에 대해 '등록 취소' 조치를 제 때 취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며 "서울시가 해당 업체의 면허를 즉각 취소하고 철저한 조사와 피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개발업자 관리 책임이 서울시에 있는 것은 맞지만, 1000여개의 업체를 일일이 조사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다"며 "자격 미달 업체도 무조건 취소를 시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아니라 권고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등록 업체를 대상으로 등록요건 준수 교육을 진행하는 등 업체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

부동산등록업체 관리 부실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핫스프링빌리지 분양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부동산등록업체 관리 부실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핫스프링빌리지 분양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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