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유튜버 부추겨 여론몰이
'망 사용료법 무력화' 시도 정황
비영리단체 기금 명목 자본투입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풀뿌리 운동을 가장한 '초국가적 행동주의' 여론전을 펼쳐 '망 무임승차 방지법(가칭)'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인도 등 전세계적으로 여론 조작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20일 한국방송학회,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방송회관에서 '망사용료 정책과 입법: 이슈 담론화와 여론 형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대 교수는 "구글이 풀뿌리 운동을 가장해 실제로는 양의 탈을 뒤집어쓴 늑대처럼 유튜버 등을 부추겨 특정 의견을 주장하게 해 궁극적으로 회사 이익을 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레이튼 교수는 망 사용료 이슈 전문가로,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으로 활동해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정책 수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국내에서 불거진 망 사용료 이슈를 두고 유튜브가 지난달 유튜버들에게 망 사용료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 달라고 독려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현재 오픈넷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에 참가한 이는 25만명에 달한다.

레이튼 교수는 이를 '초국가적 행동주의(Transnational Activism)'로 규정했다. 유튜버들의 활동이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정치 규제나 입법 절차에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행동에 나서는 정치적 행동주의와 달리 이들은 '클릭티비즘(clicktivism, click+activism)'을 통해 컴퓨터 앞에 앉아 손쉽게 정치활동을 한다. 또 구글을 포함해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들이 자사 이익도모를 위해 이런 활동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 뒤에는 포드재단,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오픈소사이어티파운데이션 등 빅테크의 자본이 들어간 기금으로 운영하는 비영리재단이 있고, 한국의 일부 비영리단체에도 이들 기금이 지원을 한다는 지적이다.

레이튼 교수는 지난 2016년 인도 정부의 페이스북 '프리 베이식스' 서비스 불허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프리 베이식스는 인도 농촌 지역에서 페이스북 등 일부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사업으로, 통신회사가 특정 서비스나 콘텐츠에 차별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는 인도 통신규제국의 지적으로 중단됐다.

그는 "구글이 인구 14억명의 인도 광고 시장을 페이스북에 빼앗기기 않기 위해 인터넷 공간을 동원한 캠페인을 벌여 결과적으로 무료 페이스북을 저지시켰다"며 "현재도 인도 광고 시장에서 구글은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만약 인도에 무료 페이스북이 배포된다면 그것은 세상의 종말이자 인터넷의 종말이고 인도의 종말'이라는 말이 도배되기도 했다.

지난 2014년에는 미국 FCC가 오픈 인터넷 정책을 두고 정책 공개 절차를 진행했지만, '세이브 더 인터넷' 등 미국 온라인 활동가 조직들이 '최대한 강한 인터넷 규제를 만들어 달라'는 청원서를 400만개나 내 무산됐다. 2015년 유럽에서도 오픈 인터넷 규제정책 추진 당시 유럽 내 28개국에서 50만개의 의견서가 제출됐는데 그중 3분의 1은 유럽인이 아니거나 유럽 거주인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흥미로운 점은 이때 동원된 사람들은 FCC를 들어본 적도 없고 정책에 대해 알지도 못했지만 자신이 지지하는 집단에 의해 자극을 받아 청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유튜브 서명운동도 유사한 행태를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종명 강원대 교수는 망 사용료 이슈 관련 1만 건 이상 유튜브를 수집해 주요 25개 콘텐츠를 선정했고 이들의 조회수를 합하면 575만5000건 이상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들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구독자에게 자신의 입장에서 밀고 싶은 여론의 포인트를 유도하고 있었다"며 "특히 판단을 구독자에게 넘기면서 빠져나가는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레이튼 교수는 "소수지만 응집력 있는 그룹을 조직하는 것은 이해가 서로 다른 분산된 그룹을 조직하는 것보다 드는 비용이 훨씬 적다"며 "마치 전국민이 특정 이슈에 대해 관심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정당하고 심도깊은 논의처럼 보이게 만들지만 정책 입안자가 행동주의의 출발지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망 사용료 법안 논란에서 마치 망 이용대가를 도입하면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것처럼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삼성, LG 등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 광고를 위해 구글에 막대한 돈을 지불하는 만큼, 구글의 최종 고객은 이용자가 아니라 한국 기업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인터넷 트래픽의 80%가 미국 빅테크의 독점 콘텐츠에서 발생하고 막대한 광고 이익을 얻고 있지만, 이들은 자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ISP나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한다"며 "인터넷 품질을 낮춘 것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의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로슬린 레이튼 박사.
로슬린 레이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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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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