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유동화증권 불신 커져
증권사 신용보강 물량만 46조원
PF시장 마비에 유동성위험 번져
치솟는 금리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겹치면서 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건설사 및 금융사의 연쇄 충격도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사들은 "정부가 비상 계획을 당장 시행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 춘천의 테마파크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 건설사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PF에서 발을 빼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충남의 중견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1차 부도 처리됐다.
레고랜드는 자금 부족, 계획 변경 등으로 지난 5월 정식 개장까지 기공식만 3차례 열렸고, 개장 시기도 7차례나 연기됐다.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투자합의 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양측이 본협약(UA)을 맺으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시 협약은 강원도와 멀린 등이 출자한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2300억원을 투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양측은 2018년 총괄개발협약(MDA)을 통해 멀린이 1800억원을, GJC가 8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레고랜드 일대 도로와 상수도 등 기반공사를 맡은 GJC는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GJC는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지금 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ABCP가 바로 이 채권이다. 이 ABCP는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지자체가 보증을 했으니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은 이 ABCP는 증권사 10곳과 운용사 1곳이 보유 중이다.
레고랜드가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들게 된 것은 민선 8기 김진태 도정이 출범 후 GJC에 대한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2050억원의 ABCP가 이달 초 최종 부도처리됐다. 강원도는 "상환을 목적으로 한 회생신청으로 법정관리인이나 새 인수자에게 공사의 자산을 제 값 받고 매각하면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이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강원도는 회생신청과 별도로 다음 달 예산 편성을 통해 ABCP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병행하기로 했으나 불신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지자체 보증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10개 지자체, 7614억원이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공여 PF 유동화증권은 3115억원이다. 이달 초 만기가 도래한 일부 지자체 유동화증권의 경우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거나 만기가 1년에서 3개월로 축소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또 시장 발행금리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신용등급 A1 유통 금리는 2021년 상반기 연 1%였으나 올 3분기 연 3%대로 올라선 후 10월 5%대까지 상승했다. 이명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2년과 비교하면 유통 금리 자체가 매우 큰 폭으로 오른 것이고 이는 부동산시장 냉각,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증권·건설사 등으로도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한 유동화증권은 61조4000억원으로, 이가운데 증권사 신용보강 물량만 46조원이다. 이중 10월 말까지 차환발행돼야 하는 물량이 6조2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저신용 기업이 주로 활용하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타진하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마저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80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다. 롯데건설도 300억원 어치의 P-CBO를 찍었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한다. 롯데건설은 이날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PF 시장이 마비되자 증권사로도 유동성 위험이 번지고 있다. 통상 건설사가 PF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지급보증·매입보장을 제공한다. PF 유동화증권이 시장에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올 연말까지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보강·매입보장을 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발행 예정 규모는 총 32조원이 넘는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증권사 신용보강 물량만 46조원
PF시장 마비에 유동성위험 번져
치솟는 금리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가 겹치면서 자금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건설사 및 금융사의 연쇄 충격도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과 금융사들은 "정부가 비상 계획을 당장 시행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강원 춘천의 테마파크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게 된 건설사의 자금난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PF에서 발을 빼면서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충남의 중견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은 지난달 말 1차 부도 처리됐다.
레고랜드는 자금 부족, 계획 변경 등으로 지난 5월 정식 개장까지 기공식만 3차례 열렸고, 개장 시기도 7차례나 연기됐다. 레고랜드 사업은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그룹이 투자합의 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양측이 본협약(UA)을 맺으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당시 협약은 강원도와 멀린 등이 출자한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2300억원을 투자,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양측은 2018년 총괄개발협약(MDA)을 통해 멀린이 1800억원을, GJC가 800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레고랜드 일대 도로와 상수도 등 기반공사를 맡은 GJC는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GJC는 2020년 특수목적법인(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의 ABCP를 발행했다. 지금 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ABCP가 바로 이 채권이다. 이 ABCP는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다. 지자체가 보증을 했으니 시장에서 소화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BNK투자증권이 발행 주관사를 맡은 이 ABCP는 증권사 10곳과 운용사 1곳이 보유 중이다.
레고랜드가 국내 채권시장을 뒤흔들게 된 것은 민선 8기 김진태 도정이 출범 후 GJC에 대한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2050억원의 ABCP가 이달 초 최종 부도처리됐다. 강원도는 "상환을 목적으로 한 회생신청으로 법정관리인이나 새 인수자에게 공사의 자산을 제 값 받고 매각하면 빚을 다 갚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이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강원도는 회생신청과 별도로 다음 달 예산 편성을 통해 ABCP 상환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병행하기로 했으나 불신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지자체 보증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10개 지자체, 7614억원이다.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신용공여 PF 유동화증권은 3115억원이다. 이달 초 만기가 도래한 일부 지자체 유동화증권의 경우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 않거나 만기가 1년에서 3개월로 축소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또 시장 발행금리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신용등급 A1 유통 금리는 2021년 상반기 연 1%였으나 올 3분기 연 3%대로 올라선 후 10월 5%대까지 상승했다. 이명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1~2년과 비교하면 유통 금리 자체가 매우 큰 폭으로 오른 것이고 이는 부동산시장 냉각, 기준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증권·건설사 등으로도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한 유동화증권은 61조4000억원으로, 이가운데 증권사 신용보강 물량만 46조원이다. 이중 10월 말까지 차환발행돼야 하는 물량이 6조2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저신용 기업이 주로 활용하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타진하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마저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80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다. 롯데건설도 300억원 어치의 P-CBO를 찍었다. 롯데건설은 다음달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한다. 롯데건설은 이날 계열사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결정했다.
PF 시장이 마비되자 증권사로도 유동성 위험이 번지고 있다. 통상 건설사가 PF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관사인 증권사들이 지급보증·매입보장을 제공한다. PF 유동화증권이 시장에 팔리지 않으면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한다. 올 연말까지 증권사와 건설사가 신용보강·매입보장을 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발행 예정 규모는 총 32조원이 넘는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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