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2일 남하 선박서 2명 체포…국정원 '귀순의사 표명' 보고에도 4일 노영민 靑실장 주재 회의 후 북송방침 국정원 지휘부 '귀순 표명' 등 삭제 지시, 합동조사팀 보고서 '귀순자→월선자' 변경도…윗선의혹 조사에 盧 "정치보복"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노영민 전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선원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소환조사를 12시간 넘게 진행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이준범 부장검사)는 노영민 전 비서실장을 19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12시간 30분가량 조사했다. 노 전 비서실장은 앞서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한 청와대 회의를 주재한 인물로 지목됐으며, 문재인 정부의 관련 피고발인 중 최고위급 인사다.
검찰은 당초 지난 16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일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한차례 연기됐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앞서 지난달 20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피고발인을 순차적으로 소환 조사 중이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소환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2019년 11월2일 동해상에서 오징어잡이 목선을 타고 남하한 2명을 나포했다. 이틀 뒤인 4일 청와대는 대책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북송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회의 다음날 정부는 북한에 "어민 2명을 북송하겠다"고 전통문을 보냈고, 7일 판문점을 통해 탈북민 2명을 포박한 채 북측에 인계하는 방식으로 강제북송을 강행했다.
회의를 주재한 노 전 비서실장은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실태조사TF로부터 올해 8월 직권남용, 불법체포·감금,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발당했다. 여당 TF는 정의용 전 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유근 전 안보실 1차장, 김연철 전 장관, 민갑룡 전 경찰청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요지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해당 탈북민들이 귀북 의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법적 근거 없이 강제북송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탈북 어민들이 당시 합동신문조사 과정에서 귀순 의향서를 작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이들을 나포한 당일 귀순 의사를 표명한 자필 보호신청서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안보실에 전달했다. 그러나 노 전 실장이 주재한 대책회의를 기점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강제북송 방침을 결정한 뒤 '합동조사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할 것'을 국정원에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정원 지휘부는 합동조사보고서 중 '귀순 의사 표명' '강제수사 건의' 부분을 삭제하고, 대신 '대공 혐의점 없음 결론'을 넣어 통일부에 송부하라는 지시를 하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정원·국방부·경찰 등이 참여한 합동조사팀에도 보고서 중 '귀순자 확인자료'라는 표현을 '월선자 확인자료'로 바꾸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은 이런 일련의 결정 과정에 노 전 실장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윗선'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윗선 의혹의 경우 당시 대책회의를 안보전문가가 아닌 대통령비서실장이 주재한 점, 서 전 국정원장이나 그를 대리할 국정원 인사 등 안보전문가들이 불참한 정황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강제북송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북한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한 흉악범들이라 추방한 것"이라고 발표했고, 민주당은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 여권에선 올해 7월 통일부에서 강제북송 현장 영상을 공개했으며, 국민의힘의 경우 북송 선원 2명에 대한 16명 살해 혐의 물증 조사도 없이 선박을 인계한 의혹을 지적했다.
한편 노 전 실장은 소환 조사 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먼저이고, 평화통일 지향과 분단의 평화적 관리는 헌법적 의무"라며 "국익에 기반한 남북관계 등 안보조차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 도끼에 제 발등을 찍히는 것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