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안 쓴 채 경기하는 이란 클라이머 레카비.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가 지난 16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경기하고 있다. 이날부터 18일까지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일각에서는 그가 최근 '히잡 의문사'로 큰 혼란을 겪는 이란 당국에 의해 납치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 AP=연합뉴스]
최근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서울 대회에 출전했던 이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33)에 대해 국내 시민·인권단체들이 강제 귀국조치 의혹을 해명할 것을 이란 정부에 요구했다.
16개 단체 연대체 '이란시위를 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은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이란대사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레카비 선수의 SNS에 자의로 귀국했다는 해명이 있었으나, 한국 일정이 남아있었고 선수 개인이 마음대로 일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면 믿기 어렵다"며 이란 정부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현지에선 레카비가 공항에서 곧바로 정치범수용소인 에빈 교도소로 이동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며 "이는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여성 선수를 노골적으로 탄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란 출신 여성 박씨마는 "레카비는 이란에서 히잡 문제로 시위하고 죽어가는 여성들을 지지하는 의미에서 히잡을 벗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출국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김연주 난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는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인 한국은 생명·신체 위험이나 고문 등 비인도적 처우가 발생할 수 있는 국가로 (선수를) 송환해선 안 된다"며 "위법한 강제송환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도중 이란대사관 측이 입차·출차를 이유로 기자회견이 열린 주차장 입구를 한동안 차량으로 가로막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에선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착용 불량을 이유로 체포된 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10∼16일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레카비 선수가 16일부터 연락이 두절돼 강제귀국 의혹이 불거졌다. 전날 레카비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 게시물에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이란시위를지지하는 한국시민모임 관계자 등이 이란 정부의 레카비 선수 강제 귀국 조치 의혹과 관련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 선수인 레카비는 한국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한 뒤 연락이 끊겨 실종 의혹에 휩싸였으나 지난 18일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귀국 소식이 알려졌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레카비 선수 강제 귀국 조치 의혹 관련 이란 정부 규탄 기자회견에서 대사관 차량이 집회 장소를 막자 참가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 선수인 레카비는 한국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 아시아선수권대회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한 뒤 연락이 끊겨 실종 의혹에 휩싸였으나 지난 18일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귀국 소식이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