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차주 사업자로 둔갑해 대출
3월기준 12.4조… 3년새 117%↑
금리 상승에 저축銀 리스크 커져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작업대출' 감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작업대출' 감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편법으로 '주택담보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에 대한 '작업대출' 감사에 착수했다. 2년마다 진행하는 정기검사 성격이지만, 불법대출 관련 전수검사 수준의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업계 5위인 페퍼저축은행에서 1000억원대 불법 작업대출 취급 정황을 파악한 바 있다.

◇편법 사업자대출로 주택 구입= '작업대출'은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둔갑시켜 대출을 받는 수법이다. 대출 서류를 사업자금 목적으로 조작하고, 금융사는 이를 토대로 개인에게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실행해주는 방식이다. 사업자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나 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자대출을 받아 주택구입에 사용할 경우 계약을 파기하고 대출금을 회수하지만, 실제 대출금 사용 용도를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 차주들은 이를 악용해 먼저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등을 통해 고금리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구입한 주택을 담보로 사업자대출을 실행한 뒤 이 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대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나가기 때문에 개인의 기존 대출 등은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일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두배 수준의 대출금리가 적용되는 대신 최대 95%의 LTV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금이 직접적으로 집 구매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이를 제재할 방안이 없고, 실질적인 사용처를 추적할 권한도 없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리스크 커져= 이같은 방식은 최근 2~3년간 주택가격 상승기에 유행했다. 당시에는 집값 상승폭이 가팔랐고, 금리도 높지 않아 일반 대출보다 다소 금리가 높아도 상환에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부동산 하락 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고 있다. 작년 8월 이후 금리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최근 4대 시중은행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약 13년만에 연 7%를 넘어섰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 사업자대출은 은행 금리의 1.5배 수준 금리가 적용되는 만큼 이런 편법을 사용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음)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상환기간 역시 최장 10년으로 일반 주담대의 3분의 1 수준으로 짧아 리스크는 더 높다.

저축은행권의 사업자 주담대는 올해 3월 기준 12조4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5조7000억원) 대비 117% 폭증했다. 이 중 10조3000억원(83.1%)은 개인사업자 주담대였다. 일부 저축은행은 단기 상품의 대출금리를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올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고, 금감원의 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저축은행이 대출 한도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업자 주담대를 활용해 구매한 집들이 차주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 번에 급매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집값 하락을 더 부추기고,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어 집을 매각하는 것도 어려워진 만큼 결국 경매시장까지 매물이 흘러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라 올해(1~9월) 경매에 나온 서울 주택(아파트, 단독, 다가구, 다세대) 매물은 총 3713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77% 증가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경매 매물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금리"라며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은 일반 대출보다 리스크가 높아 경매 시장에 유입되는 매물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이런 주택의 세입자는 경매 이후 보증금을 우선 배당받을 수도 없어 관련 피해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이 대출 차주의 자금 사용처를 명확하게 감독할 수도 없어 결국 대출 실행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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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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