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국 견제·자금 조달 등도 난관 삼성 단독인수보다 지분투자 유력 박정호 SK부회장도 거래에 관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뉴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1일 방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ARM 인수 또는 전략적 협업 등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 회장과의 만남을 예고했고,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역시 ARM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표현해온 만큼 손 회장이 이들과 만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번 방한 기간 동안 영국 반도체 설계(팹리스) 기업인 ARM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다각도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중남미·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손 회장이 서울로 오면 관련 제안이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ARM은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 등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모바일 AP 시장에서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세서의 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그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유력 후보에 늘 이름을 올려 왔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소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ARM을 인수할 경우 실적은 물론 설계 노하우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각국의 견제와 보호주의가 더욱 가속되면서 단일 기업이 ARM을 단독 인수하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20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하기로 했으나,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독과점에 대한 우려를 보이며 매각을 승인하지 않은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RM 투자로 지분 일부를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고, 기술 협력 등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와의 매각 불발 이후 ARM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분위기는 긍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독과점 논란을 상쇄하기 위해 이미 관심을 표현했던 기업들과의 컨소시엄 인수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이 이번 방한에서 SK와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박정호 부회장은 지난 3월 "ARM 인수합병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간 키옥시아(구 도시바반도체) 지분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등 적극적인 M&A로 메모리반도체 사업에서 몸집을 키워온 SK하이닉스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전혜인기자 hy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