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는 지난 8월 16일 첫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지난 정부가 사실상 도외시했던 주택 공급에 중점을 두어 시장의 갈증을 일부 해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고 보다 질서 있는 부동산시장을 형성하려는 의지나 정책을 찾기 힘들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하려면 부동산시장을 금리에 의해 조절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가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여 가격을 조절하려는 정책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정책 관행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무려 26차례나 부동산 정책을 쏟아냈다. 대부분은 주택의 수요나 공급을 통제하려는 규제 위주의 정책이었다.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을 억제하고 일정 비율 이상은 주택 자금을 공급하지 않도록 했다. 심지어 주택 임대차 3법은 주택 전월세의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5%로 고정시키는 무리수까지 두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말 대비 2021년말 기준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28.8% 올랐고, 수도권 지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상승률이 40.8%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부동산 정책의 과거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부동산시장을 금리로 조절하지 않는다는 징표는 통계청이 작성하는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거비 비중이 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32%, 영국이 26%, 일본이 18%이므로 가장 높은 미국에 비하면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주택을 소유할 때 드는 소위 자가주거비가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변동이 물가지수에서 상대적으로 소폭 반영되므로 주택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자물가가 안정적으로 나타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주택가격이나 전월세가 대폭 떨어져도 소비자물가는 소폭 내리는데 그친다. 어느 경우건 한국은행의 금리를 결정할 때 주택가격 변화를 거의 고려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조절의 근본 메커니즘을 금리 정책과 절연시킨 가장 큰 이유는 금리를 높지 않게 유지하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금리가 오르는 것을 기업이든 소비자든 달가워할 리 없다.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물가지수에 포함된 부동산의 비중을 최소화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직접 규제로 통제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동시에 부동산 정책이 금리 정책과 분리되면 경기 진작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커지게 된다. 경기가 하강할 때 부동산 규제를 풀어 공급을 늘리면 상당한 경기 진작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과거의 정책 프레임에서는 이상 과열 이후 장기침체 등의 현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었다. 정책 효과가 너무 늦게 나타나거나 반대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는 탓이다. 주택시장의 시가총액이 6500조 원을 넘어서고 부동산 거래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의 자금 조달을 통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는 직접 규제 방식의 한계는 명확하다.

이제는 부동산시장을 금리로 조절하는 선진국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취임 후 곧바로 6·19 부동산 대책이라는 수요억제책 대신 당시 경기 흐름이 활황에 접어들고 있음을 감안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3차례 올렸더라면 필자는 정권의 운명이 달라졌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금리를 통해 부동산시장을 컨트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은 한국은행과 국토연구원뿐만 아니라 IMF 등의 국내외 기관의 많은 실증 연구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시 포함되는 주택 가격의 비율을 현실에 맞춰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부동산시장의 가격변동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을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고 중하위 서민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부 정책은 병행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시장 정책의 핵심을 가격의 높고 낮음이 아닌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시스템에 초점을 두고 운영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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