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대금으로 원재료 구매했지만 침수사고·노조파업에 공급 차질 국내 수요도 못채워 비용부담 ↑
현대제철 스테인리스 강판. 현대제철 제공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 차질로 인해 수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환율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철강사들은 '내추럴 헤지'에 나서는데 국내 수요만도 채우기가 벅차 고환율에 대한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 앉게 된 모습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지금까지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로 원재료를 구매하는 방식의 '내추럴 헤지'로 원·달러 환율을 방어했는데, 올 4분기부터는 포항제철소 침수 사고와 현대제철 노조 파업 등으로 이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태풍 피해로 국내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자 수출 물량 중 상당수를 내수용으로 돌리고 있어서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 16일 태풍 피해로 170만톤의 제품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포스크논 아울러 국내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 물량을 최대한 내수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달러는 통상 수출에 유리하지만 원재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양사는 원재료 수입 부담을 수출로 상쇄하고 있는데, 수출 물량이 줄어든다면 결국 원가 부담만 커진다는 의미가 된다. 올 초만 해도 1100원 선이던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300원 선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23일부터는 1400원 선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재료인 철광석과 석탄뿐 아니라 철스크랩(고철)도 일정 부분 수입하고 있다"며 "내추럴 헤지로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 차질로 인해 수출을 늘리기가 어려워 환리스크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당분간 금리를 계속 올릴 예정이어서 강달러 현상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양사는 생산 리스크도 당분간 해소하기 어려워 대응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포스코의 경우 포항제철소 압연 설비를 연내 완전 정상화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 역시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제철은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상과 성과급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노조는 지난 24~26일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여기에 전날에는 하청업체 노조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나섰는데, 하청 노조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조기 수습을 위해 본사가 직접 나설 방법이 없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양 사의 올 하반기 실적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내놓은 5개 증권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1조1875억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보다 61.9% 줄어든 숫자다. 현대제철의 경우 2곳의 증권사가 내놓은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이 4510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45.4% 줄어든 숫자다.
현대차증권의 경우 포스코홀딩스에 대해 당초 1조36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다봤지만 태풍 피해 이후 1조440억원으로 낮췄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 모두 단기간에 물량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4분기에는 추가적인 영업 손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