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 상황과 관련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위기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만큼 이를 시장에 공급해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서 밝혔던 '10월 물가정점론'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부동산 시장 급락 우려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 연착륙시키겠다"며 주중 재건축 부담 완화방안을 발표키로 했다.

추 부총리는 2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는 우리나라 환율이 주요국 환율을 이탈해 급등했는데, 이번에는 주요국 통화 약세 현상이 거의 비슷하다"며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 세계 9위 수준의 외환보유액과 7400억달러 상당의 순대외금융자산을 갖고 있다"며 "긴장은 계속 해야겠지만,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시장에 달러를 추가 공급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들어 원화가 다른 통화보다 더 빠르게 약세를 보이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 시장안정조치를 하고 있고 여러 조치를 준비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국책은행이 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환평형기금도 활용할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평기금이란 외환시장이 불안할 때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기 위해 조성·운용하는 기금을 의미한다.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을 두고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추 부총리는 "한국은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대외건전성 장치를 갖고 있으므로, (향후) 필요할 때 유동성 공급장치를 활용하자는 것"이라며 "미국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수 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에 대한 질문에는 "적자의 대부분이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에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역적자가 바로 경상적자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르면 9월, 늦어도 10월엔 소비자물가가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현재도 유효하다"고도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원자재 가격이 하향 추세에 있고, 장마나 태풍을 거치며 농산물 가격도 안정될 듯하다"며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이 있지만, 큰 흐름으로 보면 그렇게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선 "최근 거래가 위축되고 전셋값과 주택 가격이 다 하향으로 가는 등 급락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많다"며 "부동산 시장이란 급등도, 급락도 바람직하지 않고, 하향 안정화가 정책의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조정대상지역을 지방 도시에서 거의 다 해제하다시피 하고, 투기과열지구도 일부 해제하는 등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있었던 규제를 점점 풀어 연착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달 말 전에 재건축 부담금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근 외환·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최근 외환·금융시장 동향과 리스크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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