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현장 방문, 피해자 유족 위로하는 일정 없어…입법 주문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아” “여성이 일터에서조차 안전하지 않은 현실이 드러난 사건…여성들은 분노하고 있어” “여성이 혐오 범죄로 목숨 잃는 일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민생이 어디 있겠나”
박지현(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박지현 SNS, 민주당 제공>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라고 지칭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이 문제에 이재명 대표가 침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이재명 대표는 '신당역 사건' 발생 이후 별다른 정치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바 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지현 전 위원장은 전날 '이재명 대표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합니다'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사건 현장도 방문하고 피해자 유족을 위로하는 일정도 없고, 강력한 입법을 주문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때의 이재명 후보라면 누구보다 먼저 이 사건에 대해 얘기했을 것이다. 지금은 왜 그러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여성이 일터에서조차 안전하지 않은 현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여성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이 정쟁 사안입니까? 아니면 개인적인 공격이 들어올 사안입니까? 민생 그 자체다. 여성이 혐오 범죄로 목숨을 잃는 일을 막는 것보다 중요한 민생이 어디 있겠나"라며 "이재명 대표의 더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는 성평등사회를 위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전 위원장은 '신당역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김현숙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장관도 저격했다. 그는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신당역 사건을 여성 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틀렸다. 신당역 사건은 분명한 여성 혐오 범죄"라며 "'좋아하면 좀 쫓아다닐 수도 있지' 하는 그릇된 남성 문화, 성차별 의식이 만든 여성 혐오 살인"이라고 했다.
이어 "'네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면 너도 좋아해야 한다,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내가 널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범죄"라면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남성에게 종속된 부속물이라는 여성 혐오에 기반한 살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강남역 사건처럼 모르는 불특정 다수 여성에게 피해를 주는 것만 여성 혐오라는 것은 좁은 해석"이라며 "스토킹을 경험한 여성들이 '나도 언젠가는 얼마든지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공포에 떨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고 무엇이겠나"라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박지현 SNS, 연합뉴스>
박 전 위원장은 "원인을 제대로 진단해야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김현숙 장관은 사건의 원인이 뭔지도 모르는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신당역 사건에 조금이라도 책임감을 느낀다면, 성범죄 예방과 보호조치를 담당하는 여가부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당장 버려야 한다. 그리고 여가부 폐지를 위해 앉힌 장관을 당장 사퇴시키고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할 장관을 새로 임명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가해자에게는 법이 허용한 최고의 형벌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물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가해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가해자를 스토킹으로 추가 고소했는데도 구속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고, 신변 보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과 검찰도 책임이 크다"고 수사기관의 책임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혐오와 차별을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국민의힘, 성범죄를 저질러도 자기 편이라는 이유로 감추기 바빴던 민주당의 온정주의도 공범"이라면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데 관심도 없는 국회, 성범죄에 유독 관대한 법원도 이 사건의 공범이다. 이런 자성이 없다면 여성 혐오에 기반한 여성 살해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러면서 "이상훈 서울시 의원이 '좋아하는데 안 받아줘서 폭력적인 대응을 한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피해자인 여성이 아니라 가해자인 남성을 두둔하는 의식, 이것이 여성 혐오 범죄의 특징"이라며 "이상훈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길 바란다. 만약 자리를 고집한다면 당에서는 최대한 빨리 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박 전 위원장은 "국회는 이번에도 또 반짝 관심만 보이고 잊어버릴 것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이 앞장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먼저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또 범죄의 성격상 가해자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피해자 보호 조치를 강화해나가는 방향으로 입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의자 전주환(31·구속).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앞서 전날 서울경찰청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전주환(31·구속)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심의위는 경찰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 등 7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직원인 전주환은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역사 내 여자 화장실에서 3년간 스토킹 해오던 여성 역무원 A씨(28)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의위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범행수단의 잔인성, 재범 가능성,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해 전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을 공개했다.
현재 흉악범의 신상 공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제8조 2항에 근거에 따라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인 점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는 점 △국민의 알권리의 피의자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 △피의자가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얼굴과 성명, 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