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50년 전인 1972년 9월 17일 미국 CBS방송은 야전병원 '매쉬(M*A*S*H)'라는 TV 드라마를 첫 방영했다. '매쉬'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외과부대가 위치한 의정부에서 생활하는 군의관들의 일상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1983년 2월 종영될 때까지 무려 11년간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드라마 속 한국인들은 도둑이나 사기꾼처럼 거짓말을 하는 존재로 자주 묘사됐다. 당시 미군들이 주로 접촉했던 군무원과 술집 종사자, 기지촌여성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대로 담겼기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50년.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 세계 6위 군사강국이 되었다. 문화 역시 강국이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했고,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에미상을 탔다. BTS와 블랙핑크는 미국 음원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국인들을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시선도 바뀌었다. 누군가 한국인을 거짓말 자주하는 존재로 묘사한다면 국민 모두 불쾌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우리 사회는 거짓말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을까.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최근 검찰의 기소는 정치인의 일상화된 거짓말을 잘 보여준다. 검찰 조사 결과,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으로부터 수차례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씨와 함께 골프를 친 사실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당시 이 대표는 김 씨를 모른다고 거듭 거짓말을 했다. 검찰은 또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가 국토부가 성남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하라고 협박했다는 발언 역시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TV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었으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처벌을 면하기도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거짓말로 인해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2020년 5월 임성근 당시 고법 부장판사가 건강상 이유로 사표를 내려고 하자 "지금 (민주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를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거부했다. 논란이 되자 김 대법원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공개 부인했다. 하지만 임 부장판사와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드러났다. 검찰은 최근 김 대법원장의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서 수사를 재개했다. 법의 수호기관인 대법원장이 거짓말로 인해 검찰수사까지 받아야 할 처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논문에도 거짓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김 여사는 2008년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과 학술논문 2편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 교수단체가 "해당 논문을 표절 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 표절율이 43%"라고 지적할 정도다. 학위 논문은 학문적 진실성(integrity)의 확보가 그 출발선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포장해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는 통상 용인되는 범위라고 감쌌지만 선진국이라면 당연 논문 취소 사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홍의 근원에도 거짓말 둔감증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7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대표에게 '성 접대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이유로 6개월 당원권을 정지했다. 윤리위원회는 자신의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에게 투자금 7억 원을 주기로 약속한 증서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이 전 대표의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즉,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거짓말에 민감한 사회라면 이 전 대표의 퇴출은 당연했다. 하지만 사회 전체가 거짓말에 둔감해지면서 이 전 대표가 가처분신청 등으로 오히려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2016년 학술저널 네이처는 부패한 사회일수록 거짓말을 더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거짓말 습성은 사회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규칙 위반이 적은 국가일수록 내면적 정직성도 높다고 밝혔다. 말하자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그만큼 사회가 부패했다는 방증이다.

한 건물에 깨진 유리창을 방치한다면 다른 유리창도 깨어지게 마련이다. 마을 골목 벽에 낙서가 방치된다면 그 주변에는 낙서로 도배되고, 작은 쓰레기를 방치하면 쓰레기 더미가 쌓인다. 거짓말에 둔감해지면 우리는 더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그만큼 사회는 더 부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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