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치적으로 꼽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외교 정책을 전면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9·19 남북군사합의 4주년을 앞두고 "남북 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이 상반된 외교 기조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윤 대통령은 18일 공개된 NYT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해 "교실에서 북한이라고 하는 한 친구에게만 사로잡힌 학생같아 보였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바라기' 식으로 남북관계를 이끌고 간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YT는 윤 대통령이 평소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 쇼'라고 평가해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명분삼아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버리겠다는 뜻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미중 간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고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국제사회에서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추구할 것"이라며 "칩4(Fab4) 예비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다. 모두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재개했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FEP)에 가입하는가 하면 칩4 동맹에도 참가했다.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4개국(한국·미국, 일본, 대만)이 긴밀히 협의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미국과 함께 마련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선택한다면 밝은 경제적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이것은 국가의 주권과 안보의 문제이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다.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에 나서는 윤 대통령은 "일본과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일괄 타결)을 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북한·중국과의 거리를 벌린 것과 달리 문 전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 등을 중요성을 재차 조명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 축사에서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정상선언,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 등은 모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역지사지하며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만들어낸 역사적 합의들"이라며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며 "합의 준수를 위해 남·북이 함께 노력해 나갈 때 신뢰가 쌓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간 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도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고,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해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며 "민족 생존과 번영의 길이며 세계 평화와 안정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길"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며 "우리 스스로 한반도 평화를 일구는 주도자가 돼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야만 한 걸음이라도 전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김세희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