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대규모 부정집행사례 적발 '사법처리' 주문에 조사 강화예정 야권 "前정부 좌표찍기"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태양광 확대 사업이 신구 권력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전임 정부 당시 진행된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조금 사업에서 대규모 부정집행 사례가 적발된 것에 대해 "사법 시스템을 통한 처리"를 언급하며 사실상 엄단 조치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야권에서는 '전임 정부 좌표찍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최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위법·부당 사례 현황과 관련해 "개탄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사법 처리까지 거론한 만큼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조금 사업에 대한 운영실태 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무조정실은 앞서 지난 13일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에 대해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 표본을 점검한 결과 총 2267건의 부당대출·지급 사례를 적발했다. 금액으로는 2616억원에 달한다. 전국 지자체 중 5%에 불과한 표본 조사에 불구하고 상당한 비리가 발견된 것이어서 전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년 간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조금 사업에 12조원을 투입했다. 이중 2조1000억원에 상당의 지급 사례에 대한 표본조사에서 대량의 부정행위가 발견됐으니 전수조사를 할 경우 부당대출·지급액이 얼마나 늘어날지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태양광 사업을 벼르고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수조사 외에도 고강도 사법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은 국무조정실 조사 결과를 사전에 보고받은 자리에서 "국민 세금을 멋대로 쓰는 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거들고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인 지난 1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이면에는 비리의 복마전이 있었다"며 "전수조사와 책임자 처벌은 물론 과거 사례처럼 운동권, 시민단체로 이어진 태양광 사업 비리 여부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조금 따먹기로 전락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책적 오판으로 비리가 발생했는지, 비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업을 입안했는지, 이 과정에서 정치적 외압이 있었는지 모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부당 사례는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공사비를 부풀려 부당대출을 받는 등 사업자들의 비리 행위다. 그러나 전임 정부의 특혜 제공이나 미흡한 운영이 빌미가 됐다고 보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데 잘못 쓰였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12개 시·군을 샘플 조사한 것만으로도 2600억 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는데, 그런 결과라면 당연히 보다 심도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아직 사업자와 전임 정부 간의 연결고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며 사법처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일종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사 출신의 시각에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본인들의 여러 무능이나 실정을 덮기 위해서 전 정부의 정책까지도 다 이 잡듯 뒤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태양광 보조금 지급에) 위법적인 선정 절차가 있었다면 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정책적 차원에서 의도를 갖고 접근한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라고 받아쳤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이 좌표를 찍었다"며 "이번 타깃은 태양광 사업인가 보다"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정부 민간 보조금 집행상에 발생한 현장의 문제가 대단한 권력형 비리인 듯 냄새를 피운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 때리기', 그리고 철저한 '모욕 주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