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이어 바이오 차별
美공장 증축 삼바, 물량수주 부담
대웅제약·휴젤·휴온스도 영향권
공장 확보 업체는 반사이익 예상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 산업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을 펼치면서 K-바이오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CMO(의약품위탁생산) 업체뿐 아니라 미국 수출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던 의약품 기업들도 자칫 사업 전체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서명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따라 어떤 품목이 규제를 받을 지, 규제가 어느 수준으로 가해질 지 구체적인 내용 발표에 주목하면서 관련 대응 전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규제에 이어 바이오에서도 중국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미래 핵심 제조산업을 모두 미국 영토 안에 두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백악관도 이에 대해 "생명공학 분야에서 미국에서 발명된 모든 것을 미국에서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강력한 공급망 구축, 물가 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미국 수출 의존도는 높지 않지만 CDMO(의약품위탁개발생산)와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상황이다.

세계 1위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는 등 글로벌 업체들의 제품 다수를 수주받아 생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 중 미국 수출 비중은 2020년 25%, 2021년 29%, 2022년 상반기 19%에 달한다. 특히, 올해 4분기부터 4공장 부분가동을 시작하고 5공장 건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규제가 확정된다면 공장 가동과 물량 수주 부담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행정명령 관련 세부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미 정부가 내놓을 행정명령 세부 내용을 파악해야 영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셀트리온은 테바의 편두통 치료제 '아조비' 원료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하고 있어 국내 대표 K바이오 기업 모두 행정명령 영향권에 있다.

미국에서 입지를 넓혀가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도 이번 행정명령으로 인한 영향이 예상된다.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4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 기록을 써 가는 중이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 보툴리눔 톡신 제품 포함 여부 등 확인된 것이 없어 전망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며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면 대응전략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을 통해 미국 진출을 계획하던 휴젤과 휴온스도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 진출 계획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미국에 수출하며 특수를 누렸던 진단키트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헬스케어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USA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를 통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16배 늘어난 150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미국 내 기업을 인수하면서 공장 시설을 확보한 기업들은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다만, 이들 기업도 상황 변화를 계속 살핀다는 계획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에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CDMO 사업에 뛰어들었다. 공장 규모는 생산용량 3만5000리터로 크지 않지만 당장 인수 완료가 예정된 11월부터 활용 가능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인수절차가 마무리된 후 공장 확장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 기지를 확보한 만큼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에도 대규모 공장을 건설할 예정인 만큼 미 정부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그룹은 계열사 GC셀을 통해 올해 상반기 미국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해 미국 내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미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 파트너를 찾거나 직접 투자를 추진해 왔는데, 이번 계기로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가 주어지면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처럼 미국 현지 바이오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그동안 진출 장벽이었던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여러 기업이 미국 진출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공장(왼쪽)과 셀트리온 생산 공장. <각사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공장(왼쪽)과 셀트리온 생산 공장.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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