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대신 건전재정 법률 명시 거야, '李 방탄'에만 몰두 미온적 "재정안정 위해 법제화 시급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요 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법제화한다. 문재인 정부 때 시행령에 담으려 했던 준칙을 법률로 명시함으로써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안 통과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인 국민의힘과 '이재명 리스크',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싸고 '사법정쟁'만 일삼느라,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지가 불투명하다.
현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건전재정이라는 원칙을 확립하려면, 정치권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확정했다. 재정준칙은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지표의 기준을 정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재정준칙 법제화가 꼭 필요하다"며 "국가재정법에 재정준칙 관리기준을 규정하고, 국회 통과 직후 처음 편성하는 예산안부터 즉시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되, 국가채무 비율이 GDP 대비 60%를 넘으면 이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정부가 내놨던 '한국형 재정준칙'보다 더 엄격해진 것이다. 당시에는 관리재정수지가 아닌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기준으로 삼았던 데다,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비율을 곱한 값이 일정 수준에 머물도록 여지도 뒀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까지 차감한 관리재정수지가 더 깐깐한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재정준칙을 법률에 명시할 계획이다. 시행령에 담으려 했던 지난 정부와 차별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국무회의에서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보다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법적으로 더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정부는 이달 중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해 올해 안으로 법제화한다는 목표다.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은 "국회에서 조속히 입법화될 수 있도록 법안 심의과정에서 노력하겠다"며 "재정준칙 법안 통과 전에도 준칙 취지를 고려해 재정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미온적인 입장이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기재부의 입장은 이해하나 (재정준칙을) 법제화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앞서 민주당 정부에서도 도입을 추진했던 사안인데도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재명 방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당내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실종된 정치를 복원해 서둘러서 법제화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준칙은 여야가 전향적으로 협상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무역의존도와 외화의존도가 높아서 국가 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이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재정안정성 회복이 시급하다"고 부연했다.
김세희·김동준기자 saehee0127@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회의를 마친 뒤 이동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