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양산 위해선 진흙제거 필수 고부가 생산라인 복구 등 늦어져 포스코, 광양제철소 생산량 늘려 공급지연에 간접피해 수천억이상
"쇳물을 녹여내는 고로는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코일을 생산하는 압연 라인은 언제 정상화될 지 우리도 모릅니다."
포항제철소의 한 직원은 12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가동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고로 3개 중 2개가 5일만에 재가동을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제품 양산까지는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을 끝내봐야 정상 가동 시점을 알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에 따라 도금·전기 강판이나 컬러 강판 등 고부가 제품군은 아직 물도 빼내지 못한 압연 라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자동차·가전 등 제조업에 미치는 타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생산 차질로 인한 고객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항이 아닌 광양제철소의 생산량을 최대로 늘리고 비상출하 대응반도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는 이번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으로 이미 수천억원 규모의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만큼 후폭풍이 적잖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일부터 가동을 멈춘 2·3·4고로(1고로는 폐쇄) 중 3고로를 사흘만인 지난 10일 재가동한데 이어 4고로도 12일부터 가동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고로도 13일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앞서 포항제철소 용광로 3기는 지난 7일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49년만에 처음으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고로의 경우 가동이 5일 이상 멈출 경우 고로가 완전히 식는다. 이럴 경우 재가동까지 자칫 3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어, 포스코는 고로 재가동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로를 재가동하더라도 추석 연휴기간 제대로된 공장 가동이 어려웠던 만큼 일부 철강제품의 출고에는 차질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측은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항이 아닌 광양제철소에선 최대 생산체제로 전환하고, 고객사 긴급소재를 광양에서 전환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보유중인 재고를 고객사에게 파는 등 신속 대응을 위한 비상출하대응반을 13일부터 가동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포스코는 "냉천 범람의 가장 큰 피해를 본 압연라인의 경우, 대부분의 지하시설물이 침수돼 여전히 배수와 진흙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하시설물 복구를 마무리해야 정확한 피해규모 추산과 압연라인 복구·가동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광양공장의 생산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지하시설물 복구를 마무리하는대로 정확한 피해규모 등을 추산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김학동 부회장을 단장으로 생산·판매, 기술, 안전 등 관련 임원들이 포함된 '태풍재해복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추석 연휴기간 내내 조업 정상화에 힘을 쏟았다.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도 지난 8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 포항 지역 철강업체를 방문, 침수 피해로 복구중인 직원들을 격려하고 조속한 생산시설 재가동을 당부했다.
산업계에 따르면 포항제철소의 지난해 매출은 약 18조5000억원으로, 이를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 매출 손실액만 약 500억원가량인 것으로 계산된다. 여기에 철강제품 공급 차질로 발생하는 조선, 건설, 자동차, 가전 등의 간접피해까지 더하면 이미 수천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규모는 연 1685만톤으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35%가량을 차지한다.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 포항제철소·광양제철소와 협력사, 관계 기관 임직원 등 하루 평균 8천여명, 누적 3만여명을 복구 작업에 투입했다. 서울 포스코센터 임직원 200여명과 광양제철소 직영·협력사 직원 300여명도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경북도와 소방청, 조선사, 해병대 등으로부터도 대용량 방사포와 소방펌프, 살수차 등 중장비와 인력을 지원받았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지난 11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야경. <포스코 제공>
지난 10일 정상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3고로가 붉은 쇳물을 쏟아내고 있다. <포스코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