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계 클라우드컴퓨팅서비스 사업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민간 클라우드 도입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CIA, 국방부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행정기관마저도 적극적으로 민간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다양한 레퍼런스를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만들어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도 공공 클라우드 정책을 국내 시장에 한정해 생각하기보다는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 나갈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만들어주는 산업정책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공공 클라우드 정책 논의가 단순히 공공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제도 개선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CSAP 제도가 한국의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 개선의 우선순위로 뽑히고 있다. 그러나 국내 공공 클라우드 정책이 미국처럼 전체 산업 진흥의 마중물이 되지 못한 원인이 CSAP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서, 우리나라의 공공행정기관은 민간 클라우드 도입이 상대적으로 상당히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국방 및 안보와 직결된 영역은 차치하더라도 이미 클라우드 전환 영역으로 개방된 내부업무시스템에 대한 민간 클라우드 도입도 소극적인 것이 국내 현실이다.
또한 CSAP 제도 완화를 통해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공공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국내 SaaS 기업들이 이들 플랫폼을 통해 해외 진출할 가능성을 확대되기 때문에 CSAP 개선이 필요하다는 일부 의견도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진정으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진흥하고자 한다면, 또다시 외산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되는 개발사만 양성하는 전략이 아닌,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는 IaaS, PaaS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자 육성 전략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경영학계에서는 플랫폼의 유형을 거래플랫폼, 혁신플랫폼, 그리고 이 둘을 융합한 혼합 플랫폼으로 분류하는 견해가 존재한다. Cusumano, Gawer, Yoffie의 저서에서 소개된 개념으로 거래플랫폼은 이용자와 공급자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 모델로, 대표적 사례로는 에어비앤비, 우버, 페이스북, 아마존마켓플레이스 등이 있다. 혁신플랫폼은 구글 안드로이드, 애플 iOS,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등 생태계 참여자(보완자)들이 보완적 혁신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 기반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이 둘을 융합한 혼합 플랫폼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포트, 페이스북 등 대표적 빅테크 플랫폼이다. 한국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거래플랫폼은 상당히 많이 존재하나, 글로벌 플랫폼 생태계의 규칙을 구축하는 혁신플랫폼, 나아가 혼합 플랫폼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 플랫폼 유형은 시장 장악력이 굉장히 높고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모델로 지금까지 미국, 중국 등 디지털 경제 패권을 쥐고 있는 국가에 유리한 모델이었다. 혼합 플랫폼 육성 및 글로벌 생태계 확장이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는 최근 구글과 애플 인앱결제 논란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혁신 기반 혼합 플랫폼이 없는 국가는 자국의 이용자와 개발사 피해가 발생해도 협상의 여지 없이 해외 플랫폼이 정해놓은 규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디지털플랫폼정부의 공공 클라우드 정책은 CSAP라는 보안 인증 제도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자국 클라우드 플랫폼 생태계 육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산업정책 목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가 표방한 디지털 패권 국가가 되려면, 미국, 중국 패권 국가 플랫폼에 종속되는 개발사 육성이 아닌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의 규칙을 정하는 글로벌 플랫폼 육성 전략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룰메이커인 IaaS, PaaS 등 플랫폼 육성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미래 디지털 패권 전쟁은 글로벌 디지털 경제의 규칙을 정하는 플랫폼을 누가 확보하느냐의 문제인 만큼 9월 출범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국내 IaaS, PaaS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중소 SaaS 사업자들과 함께 구축한 플랫폼 생태계가 새로운 글로벌 질서로 확산할 수 있도록 성공적 공공 클라우드 전환 레퍼런스를 만드는 데도 집중을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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