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표 이름 내세워 돌풍 수장 교체 후 사실상 자취 감춰 전임 색 지우려 새 브랜드 역점 한때 돌풍이 불었던 'CEO(최고경영자) 카드'가 최근 자취를 감췄다. 기존 상품과 비교해 포인트 적립률 등 혜택을 높여 인기를 끌었지만, 그런데도 사라진 이유는 CEO 교체와 소비 패턴의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카드의 주력 브랜드 카드는 지난 6월 출시한 '뉴유니크' 등이다. 롯데카드 2020년부터 2년 넘게 '로카' 시리즈를 밀고 있다. 이는 각 사의 CEO가 바뀐 이후 이뤄진 조치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1월 정원재 전 사장에서 김정기 사장으로, 롯데카드는 2020년 초 김창권 전 사장에서 조좌진 사장으로 CEO가 교체됐다.
이들 카드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임 CEO 이름을 내건 카드 브랜드들을 주력으로 내세운 바 있다. 카드사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경영 철학과 함께 선보인 카드여서 'CEO카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딥', 정원재 우리카드 전 사장의 '카드의정석', 김창권 롯데카드 전 사장의 '아임(I'm)'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CEO 카드'로 꼽힌다. CEO가 교체되면서 대부분의 카드는 대표 상품에서 밀려나게 된 셈이다.
당시 사장 이름을 앞세운 이유는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사장 이름을 걸고 만든 만큼 카드사는 상품 부가서비스 구성과 홍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일반 카드에 비해 혜택이 좋아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 쉽고, 시장 점유율까지 높일 수 있어 채택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 '딥드림' 카드와 '카드의정석 포인트'는 출시 5개월 만에 각각 100만장이 발급되면서 CEO카드 돌풍의 주역으로 꼽혔다.
일각에서는 'CEO 카드'가 '스테디 셀러'로 자리매김하며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 일조했지만 대표가 바뀌면서 전임 사장의 색을 지우기 위해 이뤄진 조치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는 카드사의 대표상품이자 얼굴"이라며 "카드 흥행 여부가 경영자로서 업적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하기 때문에 대표 브랜드를 만들고 구성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CEO 카드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도 새 인물이 사장에 오를 때마다 대표 상품 역시 바뀌기 일 역시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관례가 잦은 상품 단종과 과도한 신규상품 출시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용카드 정보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발급 가능한 신용카드는 총 685종에 이른다. 변화하는 소비 패턴이나 피킹률(이용액 대비 카드서비스 비율), 흥행 카드에 따라 상품을 자주 갈아타는 고객 특성 등을 고려하면 주기적인 세대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CEO 카드가 나왔던 4~5년 전과 달리 최근에는 MZ세대처럼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카드 상품이 대세"라며 "이런 상품 특성과 CEO를 연결 짓기는 무리여서 최근엔 CEO카드라고 부를만한 상품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