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재건법'에 포함된 내용 이제와 "갑자기 2주만에 처리" 尹지시에도 부처 안일한 대응 '발등의 불' 정의선 바로 미국行 산업부, 내달초나 워싱턴 방문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으로 한국산 전기자동차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23일 급하게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다음달 초에나 워싱턴을 방문해 IRA 관련 우려를 전달한다고 한다.▶본보 8월 24일자 1면 참조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정부는 IRA에 대해 '할 만큼 했다'는 식의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한 현대·기아차의 위상은 물론, 중국 배터리 굴기의 유일한 대항마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입지도 흔들릴 판이다.
한국산 차량을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IRA를 두고 정부 대응이 안일했다고 비판받는 부분은 대(對) 미국 외교·통상 정보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이미 '더 나은 재건법(BBB·Build Back Better Act)'에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부품을 우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음에도 이번 IRA 통과 때 기민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에서다.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라"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부족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응 과정에서 "최선을 다 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본보의 '미 인플레감축법 정부 뒷북대응 도마 위'라는 1면 보도와 관련, 산업부는 24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IRA 대응은 우리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대응하고 있다"며 "IRA는 BBB에서 일부 따온 것은 맞지만,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세액공제)는 기존과 다른 새로 포함된 내용으로, 법안도 2주 만에 전격 처리됐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논란이 된 전기차 보조금 조항이 IRA 입법을 계기로 갑자기 등장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세액공제를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북미에서 조립한 차량이어야할 뿐 아니라 내년부터는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광물을 일정비율 이상 써야 하는 추가 조건까지 충족해야 해 완성차·배터리 등 관련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러나 자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혜택을 더 준다는 흐름은 산업부의 설명과 달리 BBB에서도 읽어낼 수 있었다.
BBB에는 기존 전기차 보조금에 미국 내 노조가 있는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4500달러의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의 지원책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생산 배터리를 쓰면 500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조항도 있다. 이는 올초 한국은행과 증권사들이 발행한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작년 10월 차별적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내용에 대해 25개국 주미대사가 미국 의회에 공동서한을 보내는 등 대응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추가 보조금 지원의 경우도 외국업체를 차별한다고 볼 수 있어서 서한을 보내는 등 항의를 했던 것"이라며 "미국 의회를 통과한 IRA의 세액공제에 대한 내용은 BBB에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는 산업부가 소통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도 보조금 제외를 우려한 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산업부는 "우리가 업계에 긴급 간담회를 먼저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김동준기자 blaams@dt.co.kr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연도 결산 보고를 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