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8월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한 이후 법원에 자필 탄원서까지 낸 것으로 확인되자 여권내 갈등이 폭발했다.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 A4용지 4장 분량으로 손으로 직접 쓴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수석부장판사 황정수)에 제출했다. 지난 17일 해당 재판부의 심문기일에 직접 참석한 지 이틀 만에 자신의 입장을 재차 호소한 것이다. 당 상임전국위의 '비상상황' 유권해석 권한과 비대위 전환을 불인정하는 주장이 담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이 사태를 주도한 절대자"로 지칭하고, 1980년 5·17 비상계엄을 내린 '신군부'로 빗대면서 논란이 됐다. 당에서는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이 크다.
이 전 대표는 재판 상대인 당이 '탄원서를 유출했다'고 보고 여론전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윤 대통령 측이 당 대표 자진사퇴와 성접대 증거인멸교사 의혹 징계·수사 무마 등 거래를 시도했다는 폭로도 했다. 특히 이번 탄원서는 그동안 잠재돼 있던 지도부급 중진과의 갈등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이 전 대표는 "매사 과도하게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복지부동을 신조로 삼아온 김기현·주호영 전 원내대표 등 인물이 이번 가처분 신청을 두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수준의 자신감을 보인다"며 "어떤 '절대자'가 그들에게 면책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거명된 두 인물이 최근 비대위 가처분 신청 '기각'을 확신한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한 언급이다. 이에 주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후 기자들을 만나 "이 전 대표가 독재자가 된 거 같다. 본인 생각으로 전부 재단한다"며 "우리 법률지원단 검토보고 등에 비춰 '업무 절차에 하자가 없다, 기각이 될 걸로 믿는다', 이게 무슨 권위 도전이냐"고 따졌다.
김 전 원내대표도 SNS에 "안전핀이 뽑힌 수류탄은 정말 위험하다"며 "모든 상황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던 사람들이 근거 없는 확신을 창의적으로 발동시켜 천동설을 믿었던 적이 있다. 상상은 자유이지만, 그 상상이 지나치면 망상이 돼 자신을 파괴한다는 교훈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고 쏘아붙였다.
한편 이 전 대표가 지난 10일 신청한 가처분 사건은 재판부가 장고에 돌입하면서 다음주 이후에 결정이 날 전망이다. 판사 출신인 주 비대위원장은 '신청사건'이 보통 판결까지 2주 전후가 걸린다며 "특별히 많이 늦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선 그었지만, 여권 내 혼란 가중이 불가피해 보인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