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 (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는 커지고 '97세대 단일화' 불씨는 사그라들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11일 어대명을 막을 최후의 수단으로 단일화를 요청했지만 강훈식 후보가 거부했다. 박 후보와 강 후보가 생각하는 단일화 시점과 명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상 단일화가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일(12일)부터 국민 여론조사가 시작되고, 이번주를 지나버리면 일정상으로 절반을 돌아가게 된다"며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심과 당심이 확인되는 방식이면 어떤 것이든 강 후보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단일화를 이뤄낼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답답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낮은 투표율, 일방적인 투표결과를 보면서 뭔가 반전의 계기와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단일화를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강 후보는 박 후보의 기자회견 직후 한 라디오에서 "(현재의 단일화 제안이) 강훈식이라는 사람이 민주당과 미래와 비전을 비행기를 활주로에 띄어야 하는 데 방지턱을 설치하는 느낌"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단일화 논의는 명분, 파괴력, 감동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떤 계기도 없이 20%와 5% 의 표를 받은 합쳐 25%를 만든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지 되묻고 싶다"며 "오히려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두 후보의 '동상이몽'으로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후보가 생각하는 적합한 단일화 시점과 명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1차 여론조사가 시작되는 12일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본선 투표에서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25%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놓치면 단일화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반면 강 후보는 자신의 연고지인 충청권 온라인 투표(12~13일)와 대의원 대회(14일)에서 나온 득표 결과를 보고 단일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개인적인 인지도를 쌓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막판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문(친문재인)계 등 반명(반이재명)계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기류를 차단하기 위한 단일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친문계 의원들은 '이재명 방탄용' 논란이 일고 있는 '당헌 80조'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박 후보와 강 후보 모두 단일화 가능성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박 후보는 "데드라인을 정하면 불필요한 압박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주말 중에(강 후보와) 이야기 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 후보도 라디오에서 진행자의 '완주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부인하고 "비전을 키운 뒤 그런(단일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강훈식(왼쪽)·박용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지난 2일 강원 춘천시 G1방송에서 열린 당 대표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